[인터뷰] 박운기 서대문구청장
"구 재정만으론 리스크 커…서울시·SH 참여 필요"
"원하면 신속, 원치 않으면 해제"
정비사업 주민 의사 존중해 추진
홍제천·교통·신촌 '3대 과제' 정면승부

박운기 서울 서대문구청장(사진)은 취임 두 달을 맞아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구청장이라고 정답을 정해놓고 주민에게 강요하지 않겠다"며 "주민이 원하는 사업은 더 빠르게, 원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해제하는 주민 중심 행정을 펴겠다"고 밝혔다.


그가 꼽은 우선 과제는 서대문의 숙원인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 개발이다. 지난달 27일 집무실에서 만난 박 구청장은 "이 사업은 반드시 한다"고 못 박으면서도, 총사업비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사업을 자치구가 홀로 떠안기엔 부담이 크다며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참여를 요청했다.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이 지난달 27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 개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이 지난달 27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 개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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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은 수차례 무산과 갈등을 반복하다 민선 8기 때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박 구청장은 사업을 제대로 완수하려면 절차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서대문구는 그의 취임 이후 재개발·회계·세무·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청장 직속 민관 합동 '정비사업 운영점검 TF'를 출범시켰다. 유진상가·인왕시장 사업 역시 이 TF에서 예산과 회계, 사업 수행 방식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 구청장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제대로, 100% 수행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재정이다. 서대문구가 자치구로서 직접 시행에 나선 것은 전국 최초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사업이 틀어졌을 때의 막대한 금융 비용과 책임을 구가 홀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가 결심해 주고 SH공사가 시행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 남은 절차도 상당히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부시장을 시작으로 담당 본부장, SH공사 사장을 차례로 만나고 최종적으로 오세훈 시장과도 협의하겠다며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도와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TF 운영으로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오히려 지연 요인을 줄이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밀어붙이는 방식이 빨라 보여도, 소외되는 주민이나 이해관계자가 생기면 내분과 소송으로 사업이 중단되기를 반복해 결과적으로 기간이 더 길어진다"며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주민을 다시 만나 의견을 들으면 오히려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대문구의 재정비사업 구역은 54곳이다. 박 구청장은 "재정비사업의 대원칙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는 것"이라며, 주민이 원하면 신속통합기획과 조합 직접설립 지원 등으로 속도를 내고 원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해제하는 '서대문구형 정비사업'을 예고했다.


홍제동 모아타운 등에서 제기된 '가짜 동의서' 논란에는 단호했다. 박 구청장은 "반대 주민이 제기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전수 점검을 지시했다"며 "신속성보다 주민의 재산권과 절차의 투명성이 우선이고, 의혹이 있는데도 요건을 확인하지 않고 인가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치구 점검만으로 부족하면 서울시에 실태조사를 신청해 공동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모아타운은 지역별로 선별해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낡은 주거지가 밀집해 주민 개발 요구가 큰 현저동 같은 곳은 필요하지만, 사업성 등을 고려하면 신중히 봐야 할 지역도 있다"고 했다. 해제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법정 기준은 반대 25%지만, 서울시가 20% 반대부터 자치구 판단을 권고하는 만큼 서대문구는 20%를 기준으로 삼아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이 홍제천 복원 등 주요 '3대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이 홍제천 복원 등 주요 '3대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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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구청장은 ‘홍제천 자연형 복원’, ‘광역교통망 확충’, ‘신촌·이대 상권 재건’을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로 꼽았다. 홍제천은 박 구청장이 정치를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물놀이하던 하천이 건천화되고 오염된 것을 보며 홍제천 살리기 운동에 뛰어들었고, 구의원을 거쳐 2004년 복원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는 “홍제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완전히 복원하겠다”고 했다.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과 맞물려 복개된 1㎞가량의 구간을 걷어내고, 지하에 대형 빗물 저류조를 둬 폭우에 대비하는 동시에 저장한 빗물을 흘려보내 한강물을 끌어오는 현재 방식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금의 홍제천을 두고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보면 70점, 생태적으로 보면 30점"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교통 사각지대인 홍은권을 위해 강북횡단선 재추진과 간호대역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고, 서부선 경전철 조기 착공을 위해서도 서울시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성만 따지면 사람 많은 곳에만 노선이 쌓인다. 교통이 뚫려야 주거도 상권도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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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울의 대표 상권이던 신촌·이대에 대해서는 홍대·연남동·성수동에 밀린 현실을 인정했다. 박 구청장은 "잠깐 들르는 곳에서 온종일 머무는 곳으로 바꾸겠다"며 신촌패스와 청년 AI 특구, 청년 거점 조성 등을 카드로 내놨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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