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 교수 "트럼프, 부자로는 충분치 않았던 것"
"우리는 체제 파괴의 순환적 시스템에 갇혀"

저서 '역사의 종말'로 대중에 알려진 국제정치학의 대가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자신이 오판했다고 시인했다. 앞서 후쿠야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경제적 야망' 충족에 혈안이 된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으나, 그의 야심은 더 컸다는 진단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30여년 전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오판했다고 밝혔다. 후쿠야마 교수는 1992년 저서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뉴욕의 부동산 재벌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내에서 자신의 경제적 야망을 충족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썼다. 자유 시장 시스템의 순기능이 트럼프 대통령 같은 야심가의 욕망도 흡수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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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쿠야마 교수는 이날 "당시 내 생각은 그들(신흥 재벌)이 폭군이 되는 대신 엄청난 부자가 되는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그저 부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한때 미국 신보수주의(네오콘) 진영의 핵심 학자로 부상할 만큼 기득권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학자였으나, 이라크 전쟁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각이 변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NYT에 "2000년대 첫 10년 동안 모든 게 변했다. 이라크 침공으로 네오콘과 갈라섰고, 2008 금융위기 이후로는 내 기존 신념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진흥을 위한 군사력 행사라는 신념이 이라크 전쟁을 낳았고 시장의 자율성을 믿는 신념이 금융위기를 낳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라크전 이후 자유주의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가져다준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거치다가 이에 지루함을 느끼고 스스로 체제를 파괴하려 드는 순환적 시스템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며 "권위주의와 전쟁으로 우리를 던져 넣다가, 거기에 피로감을 느끼면 '아, 어쩌면 다시 자유주의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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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의 정치철학자로, 그가 1992년 편 '역사의 종말'은 소련 붕괴 이후 다가올 서구 패권 시대를 정확히 예언한 명저로 꼽히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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