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 21.1도, 사상 최고
파나마운하 강수량 줄어…통과 척수 축소
칠레 광산엔 눈 쏟아져…"경제적 파장 심각"
역사상 손꼽히는 규모의 엘니뇨가 세계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니뇨가 해운과 구리, 어분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해역의 수온이 평년 치를 0.5도 넘게 웃도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태평양에 쌓인 열이 대륙 곳곳에 가뭄과 홍수를 뿌리는 방식으로 번진다.
유럽 중기예보센터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지난달 22일 21.1도를 기록했다.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이만큼 높았던 적이 없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24년 3월의 21.09도였다. 서맨사 버지스 유럽 중기예보센터 기후 부문 책임자는 "바다가 점점 커지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엘니뇨가 열을 더하고 있지만, 이는 수십 년간 인간 활동이 만든 온난화 위에 얹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기후 예측센터는 지난달 13일 낸 월례 진단에서 올가을과 겨울 매우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90% 이상으로 제시했다. 6월 63%, 7월 81%에서 두 차례 올라간 수치다. 오는 10~12월에는 지난 1950년 이후 관측된 모든 엘니뇨를 능가하는 사건이 될 확률이 69%로 예측됐다.
"새 수원 찾아야"…파나마운하 통과 척수 축소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곳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다. 파나마운하는 갑문을 여닫으며 수위를 조절해 배를 밀어 올리는 구조다. 배 한 척을 통과시킬 때마다 5000만갤런(약 1억 9000만L)의 담수가 빠져나가고, 이를 주 저수지인 가툰호수가 채워준다. 그러나 엘니뇨로 파나마의 5~8월 강수량이 역사적 평균보다 34% 적었다.
파나마운하청은 하루 최대 통과 척수를 36척에서 9월 중순까지 32척으로 줄이기로 했다. 최대 갑문을 쓰는 선박의 평균 경매가는 통상 80만달러(약 11억원) 수준에서 최근 몇 주 사이 250만달러(약 34억원)로 뛰었다. 호르무즈해협이 지난 2월 이란 전쟁 이후 사실상 봉쇄되면서 운하로 물량이 몰린 상황에서 가뭄까지 겹친 결과다.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파나마운하청장은 "최대 처리 능력에 도달한 상황에서 기후 위기를 맞았고, 새로운 수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문제인 곳도 있다. 칠레 구리 생산업체 '안토파가스타'는 지난 7월 로스 펠람브레스 광산에 500만㎥의 눈이 쏟아지면서 조업을 멈췄다. 광산 상공에는 칠레 상당 지역을 물에 잠기게 한 '대기의 강'이 지나갔다. 기상학자들은 엘니뇨 강화와 부합하는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구리 생산 전망치를 65만~70만t에서 62만5000~65만5000t으로 낮췄다. 전기화와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로 구리 가격이 신기록을 경신하는 국면에서 공급이 더 조여든 셈이다.
"쌀이 가장 큰 문제"…동남아 물가로 번진 가뭄
이는 물가 압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앤드루 왓킨스 호주 모나시대 기후과학자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쌀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에도 엘니뇨로 수확이 줄자 인도가 쌀 수출 일부를 중단하면서 국제 가격이 뛰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연구에 따르면 엘니뇨성 가뭄 이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소비자물가는 2%P 가까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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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캘러핸 미국 인디애나대 기후과학자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강도가 될 신호가 뚜렷하고, 그만큼 경제적 파장도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구는 엘니뇨가 특히 열대 지역에서 수조달러의 소득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엘니뇨는 오는 2027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2027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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