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따라 수천 년 시간여행…가을에 걷기 좋은 연천 ‘고랑포길’
경기도, 구석기 유물부터 고인돌·호로고루
경순왕릉·숭의전까지 한 길에서 만나는 역사기행
황금빛 들녘과 선선한 강바람 어우러져
3~6일 호로고루서 통일바라기축제
임진강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은 근대에서 고려와 삼국시대를 지나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석기인의 주먹도끼부터 청동기시대 고인돌, 고구려 성벽, 신라 마지막 왕의 능과 고려 왕조의 사당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
경기도는 가을을 맞아 'DMZ 사색(四色)하다'를 주제로 평화누리길 10코스인 연천 '고랑포길'을 1일 소개했다.
평화누리길은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경기 북부 DMZ 접경지역 4개 시·군을 잇는 최북단 도보 여행길이다. 2010년 개장했으며 12개 코스, 총 189㎞에 이른다. 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구성돼 있다. 철책선을 따라 분단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자연경관과 역사 유적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연천군 장남면과 임진강 일원을 잇는 고랑포길은 '강을 따라 시간을 걷는 길'로 불린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과 임진강 풍경이 어우러져 걷는 맛을 더한다.
출발점은 장남교다. 이곳에서는 2008년 교량 재가설 공사 당시 주먹도끼를 비롯한 구석기 유물이 출토됐다. 임진강 일대가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의 삶터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장남교에서 강과 들녘을 따라가면 사미천에 닿는다. 이 일대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과 중공군이 임진강 방어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던 '후크고지 전투' 현장이다. 인근 노곡리는 갈대가 무성한 골짜기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었다. 늦가을이면 갈대밭이 장관을 이룬다.
노곡리를 지나 학곡리에 들어서면 시간은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길이 2.7m의 현무암 덮개돌을 얹은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10분가량 걸으면 백제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적석총을 만난다. 임진강을 터전으로 살아간 옛사람들의 생활과 권력의 흔적을 짐작하게 하는 유적이다.
길의 종점에는 숭의전지가 있다. 숭의전은 조선시대에 고려의 왕과 공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단정한 제향 공간과 주변의 고요한 풍경이 초가을 정취와 어우러진다.
장남교에서 약 5㎞ 떨어진 고랑포구도 빼놓을 수 없다. 고랑포구는 임진강을 통한 생활·물류의 중심지로, 1930년대에는 화신백화점 분점이 들어설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6·25전쟁 이후 포구 기능을 잃었다. 인근 고랑포구역사공원에서는 당시 상점과 거리 풍경을 재현해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고랑포구 뒤편 구릉에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능이 있다. 신라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경주가 아닌 연천에 자리한다. 고려 초 '왕릉은 수도 개경에서 백 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곳에 묻혔다는 설이 전해진다.
경순왕릉은 오랜 세월 잊혔다가 조선 영조 23년인 1747년 '신라경순왕지능(新羅敬順王之陵)'이라고 새겨진 비석이 발견되면서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또다시 방치됐지만, 이후 민간인통제선 지역을 시찰하던 육군 장교가 발견해 현재 모습으로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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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포구에서 이동하면 고구려가 영토를 확장했던 대표적인 유적인 호로고루에 닿는다. 호로고루에 오르면 임진강 일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현무암으로 쌓은 성벽과 강을 천연 방어선으로 활용한 지형에서 고구려의 축성 기술과 군사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호로고루에서는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통일바라기축제'가 열린다.
경기도 관계자는 "고랑포길에는 구석기인의 주먹도끼부터 고구려 성벽과 경순왕릉, 숭의전, 근대 포구와 6·25전쟁 격전지까지 수천 년의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며 "9월에는 임진강과 황금빛 들녘을 따라 걸으며 자연과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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