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4.75% 돌파…작년 1월 이후 최고
워시 매파 발언·유가 급등에 인상 전망 강화
트럼프 "美 금리 세계 최저여야"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4.75%를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며 워시 의장에게 사실상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의 통화정책 방향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에 반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를 많이 존중하며 그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현재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 자체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에도 반박했다. 그는 "성공과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가 잘된다고 해서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으며 많은 경우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시 의장이 최근 물가를 잡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공개적으로 인하를 요구하면서 통화정책을 두고 백악관과 Fed 사이의 긴장이 재차 부각되는 모습이다.
워시 의장은 지난 28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인 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할 경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물가 둔화가 충분하지 않다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의 발언 이후 9월 금리 인상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64%로 반영했다.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 전 약 35% 수준에서 크게 뛰었다. 바클레이스는 워시의 발언 이후 기존 전망을 수정해 Fed가 오는 9월과 12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인하 요구하는데…美 10년물 4.75% 돌파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와 달리 시장금리는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날 미 국채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764%까지 오르며 4.75%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월1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년물 금리 역시 지난해 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최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다. 워시 의장이 잭슨홀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면서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국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재개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줬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 넘게 상승해 배럴당 85달러를 웃돌았고 브렌트유도 9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이 이란 라라크섬을 공격한 뒤 이란이 미군 시설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진 영향이다.
유가 상승이 미국의 물가 압력을 다시 키울 경우 Fed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실제 이날 미 증시도 유가 급등과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Fed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채권시장은 오히려 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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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Fed는 오는 9월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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