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치안불안에 '정치공세' 주장 빈축
수사 부실 외면한 진영논리 덮기 지적
관광업계는 자구책…정치권은 '남 탓'
최근 제주 실종·사망 사건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중대 수사 실책과 도정의 안일한 대응으로 도민사회의 치안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이 이를 '정치 공세'로 치부하는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걸어 도민들의 정당한 안전 우려를 여야 정쟁으로 축소·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시내 주요 도로변에 내걸린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의 '정치 공세 중단' 현수막. 치안 시스템 붕괴로 도민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사태의 본질을 정쟁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창원 기자.
하지만 해당 현수막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현재 제주 사회를 뒤덮은 불안감은 특정 정당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짜 공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건 담당 경찰이 118대의 방범용 CCTV를 96일간 방치해 핵심 영상을 자동 삭제시키고 부실 종결 처리한 정황이 드러나며 공공 치안 시스템은 붕괴 수준임이 확인됐다.
여기에 사태를 수습해야 할 위성곤 제주도지사마저 "안전하지 않은 공간은 여럿이 다녀라."라는 치안 포기형 발언으로 공포를 기정사실화했다.
억울한 죽음과 구멍 뚫린 치안 행정력이라는 명백한 현실 앞에서 도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공포를, 지역구 국회의원이 사과와 쇄신 대신 '불안을 조장하는 정치 공세'라며 외부의 탓으로 돌려버린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측은 "국민의힘 등 야당이 제주도를 범죄 도시라고 표현하는 등 정치적으로 공세를 펴는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 치안 붕괴 사태의 본질을 '여야 진영 싸움'의 프레임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치안 공백을 정치 공학으로 풀려는 행태는 당장 생업이 벼랑 끝에 몰린 지역 사회의 절박한 정서와도 완벽히 괴리되어 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제주도관광협회 등 도내 관광업계와 상인들은 31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안전관광 지킴이'를 자처하며 사활을 건 수습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는 도지사를 비롯해 국회의원 3석을 모두 특정 정당이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정치적 독점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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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견제 없는 권력을 쥔 거대 정당 의원이 뼈를 깎는 반성이나 실효성 있는 대안 제시 대신 논란이 될 수 있는 '남 탓' 현수막 뒤로 숨어버리는 행태야말로 치열함을 상실한 제주 정치권의 매너리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촌극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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