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형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
'30% 자율변경권' 국회 통제권 논란

2027년도 예산안이 예년과 가장 다른 부분은 162조3000억원(+α)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다. 162조3000억원은 내년 내국세 수입 전망에서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6.2%)을 뺀 추가 세수분이다. 여기에 9월 세수 재추계를 통한 올해 내국세 수입 증가분(초과세수)과 세계 잉여금이 추가 적립될 예정이어서 기금 규모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 중 성장동력과 청년,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계정에 총 45조4000억원의 사업비를 내년에 지출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내년 사업비 45.4조 집행…104.4조 여유자금 운용

가장 많은 자금이 배정된 분야는 14조2000억원 규모의 성장동력 계정이다. 정부는 국가전략 핵심 자산인 독자 인공지능(AI) 모델 구축을 위해 최고 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 구매와 데이터 확보 등에 4조7000억원을 집중 투입한다. 또한 국민 누구나 무료로 활용하는 '모두의 AI' 사업에 2500억원을 집행한다. 특히 고난도·고보상 연구개발(R&D)에는 단순 보조금이 아닌 국가 지분을 확보하는 '지분투자형 R&D'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다. AI 데이터센터(AIDC) 생태계 조성과 제조 암묵지 R&D에도 각각 3000억원을 배정했다.

청년 계정에는 13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최대 2000만원의 출산지원금, 아동기본수당 등을 묶은 '혼인·출산·양육 3종 패키지'에 3조8000억원을 집행한다. 소득 요건을 없애 모든 청년으로 확대한 청년미래적금에 1조7000억원, 역세권 중심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방 계정(10조3000억원)과 교육·인재 계정(7조6000억원)도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는다. 행정통합을 완성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에 기금 3조5000억원(반도체특별회계 포함 총 5조원)을 지원하고, 지역 거점 인프라인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 90곳 건립에 1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광주특별시의 경우 통합시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재정지원 인센티브'의 첫 걸음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30개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의대·치대·약대·수의대는 제외)에 2000억원, 지방국립대 21곳의 자율 연구투자를 지원하는 미래인재성장자금(학교당 200억~300억원)에 7000억원을 쓴다. 취업 전 유급 일경험을 제공하는 인턴학기제(6만명)에 5000억원을 투입한다.

"추경 없이 신속 집행" vs "국회 우회하는 쌈짓돈"

미래대응기금 규모는 162조+α…GPU 1만장·지방국립대 무상등록금 등에 붓는다[2027 예산안] 원본보기 아이콘

직접 사업비(45조4000억원)와 신규 국채 발행 축소분(12조5000억원)을 제외한 104조4000억원은 전액 여유자금으로 적립된다. 정부는 여유자금 전담 운용기관을 지정해 국고채 3년물 수익률(8월 31일 기준 연 3.838%) 이상의 자산 증식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국채 발행 물량을 축소함으로써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8.3% 수준으로 방어한다. 큰 틀에서 보면 세수가 남을 때 비축하고 세수 결손이나 경기 둔화 시 풀어쓰는 개념의 기금이다.

정부는 "정책적 필요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 없이 기금 변경으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연성은 '쌈짓돈' '상시 추경' 논란으로 직결된다. 주요항목 지출금액을 30% 이하 범위에서 국회 사전 승인 없이 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혼인·출산·양육 3종 패키지나 국립대 무상등록금 등 매년 고정비가 드는 계속사업을 기금에 대거 태웠다가 향후 반도체 세수가 급감하면 고스란히 일반회계에서 부담을 해야한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미래대응기금은 단년도 예산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댐' 기능의 재정안정화 장치"라며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경우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도록 법에 명시해 사후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고 했다.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도 "104조원을 기금에 넣지 않고 일반회계로 보냈다면 내년 지출증가율은 27%를 넘어섰을 것이고, 전액 국채 상환에 썼다면 연간 222조원 규모인 국채 시장 자체가 붕괴했을 것"이라며 양극단의 상황을 막기 위한 균형점임을 강조했다.

기금 69개·특회 22개 체제 전환, 지방 포괄보조 11.9조원으로 확대

미래대응기금을 포함해 역점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특별회계와 기금도 대거 신설됐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2조6000억원),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1조3000억원),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 초광역계정(2조8000억원), 전략수출금융기금(1조4000억원), 자원안보기금(1조4000억원) 등이 신규 도입되면서 기금 69개, 특별회계 22개 체제로 재편됐다. 이는 일반회계 속에 묻혀 예산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반도체 인프라나 지방 의료 붕괴 등 시급한 국정 과제에 실탄을 확실하게 태우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17개 부처의 신고포상금을 통합 관리하는 공익신고장려기금(3000억원)도 신설했다.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지방우대 및 자율성 제고 방안도 본격화된다. 국가장학금, 내일배움카드 등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전국 단위 61개 사업에 국비 보조율 차등화(최대 90%) 등 지방우대원칙을 적용했다. 지방정부가 자율 편성하는 포괄 보조를 기존 10조6000억 원(121개 사업)에서 11조9000억 원(150개 사업)으로 확대했다.

AD

또한 공정한 재정원칙 확립 차원에서 혼인·출산세액공제 등 17개 조세지출 사업(1조9000억원 규모)을 재정지출로 전환했다. 대표적으로 '혼인세액공제'는 근로소득이 적어 애초에 낼 세금이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를 모든 혼인신고 부부에게 100만원 현금을 쥐여주는 '혼인지원금(1663억원)'으로 바꿨다. 직접적인 지원금으로 보편적 혜택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