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
보통주 대비 평균 45% 할인된 가격에 거래
자본시장 개혁에도 우선주 디스카운트 확대
"대기업부터 우선주 매입·소각 나서야"

"같은 회사, 같은 이익, 같은 배당재원. 그런데 가격은 반토막이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사실상 (한국증시) 디스카운트에 대한 디스카운트다." (사친 미스트리 팰리서 캐피탈 매니징디렉터)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상장기업의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평균 45%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현상이 한국 기업거버넌스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기업들의 보통주 중심 자사주 매입·소각 관행이 이러한 우선주 디스카운트 문제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우선주 매입·소각 나서는 한편,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사친 미스트리 팰리서 캐피탈 매니징디렉터는 31일 오후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자본시장에서 확인되는 우선주 디스카운트는 단순한 가치평가 이상현상이 아니다. 기업거버넌스와 자본배치에 있어 광범위한 취약점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미스트리 매니징디렉터는 "한국 우선주는 보통주 대비 평균 약 45%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와) 유사한 증권은 일반적으로 몇% 할인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는 한국에 이미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들이 많고,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주주 의결권의 실질적 영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이 기업거버넌스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말을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는 114개 우선주가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 규모만 200조원 상당으로 확인된다. 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삼성전자 우선주는 18만200원으로 보통주(23만9500원)보다 25%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같은기간 두산은 우선주와 보통주 간 괴리율이 63%, 현대차는 50%에 달했다.


미스트리 매니징디렉터는 이러한 우선주 디스카운트 현상이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장 한국 증시에서 우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만큼, 전체 시장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사실상 '디스카운트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업 자본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자본시장 개혁의 신뢰성에도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개정 상법을 통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면서 "일반 투자자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권력 강화를 더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미스트리 매니징디렉터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사회가 우선주를 완전히 포함하는 기준으로 기업가치와 자본비용을 평가하고 자본배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우선주 관련지표, 목표, 개선계획을 포함할 것"을 제언했다. 그는 "과도한 할인율이 발생한 경우에는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보통주로의 전환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크게 할인된 우선주를 매입하는 것이 보통주 매입보다 가치증대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할인된 우선주를 매입·소각하면 자본의 비효율성을 낮추고 자본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자본배치를 단순화해 보통주 주주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 역시 이사의 충실의무가 우선주 주주에게 형평성 있게 적용되도록 명확히하고 합병 등의 과정에서 우선주 주주대우를 강화하는 개혁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회산데 우선주는 왜 45% 싸나” 韓 우선주 디스카운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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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김규식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우선주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거버넌스 문제의 카나리아"라며 :우선주 디스카운트 해소는 보통주를 포함한 한국 자본시장 리레이팅의 출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 우선주를 사실상 '무의결권 보통주'로 봐야 한다"며 "미국의 무의결권 보통주는 디스카운트되지 않는다. 알파벳 Class C는 의결권 있는 Class A와 같은 가격에 거래되고, 버크셔 해서웨이 B주의 괴리율도 1%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26~64%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그 원인을 의결권 부재보다 터널링, 즉 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공개매수 과정에서의 차별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LG·금호석유화학 등은 자사주 매입에서 우선주를 전면 배제했고, ㈜한화는 2024년 순자산의 0.34배에 우선주를 공개매수해 상장폐지시켰다"고 예시를 들었다.


이어 "해법은 두 가지"라며 개정 상법 제382조의2 제2항(충실의무)와 3(총주주 이익 보호·공평 대우 의무)을 무의결권 보통주에 적극 적용해 동순위 차별을 금지하고,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되 대상을 무의결권 보통주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패널 토론자로 참여한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회사가 보통주만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보통주를 소각하면 지배주주 지분율이 올라가지만 우선주를 소각하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개정 상법은 앞으로 이사회가 주식 종류에 따라 주주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면서 "같은 회사 주식 중 더 싼 쪽을 검토하지 않고 보통주만 사는 결정은 이제 명분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 사례는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이 금산법 10% 한도에 걸려 있어 보통주 소각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 삼성전자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우선주 매입 소각 규모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이를테면 2015년의 30%를 넘는 수준으로 높인다면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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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주 리레이팅 캠페인 제안자인 개인투자자 강동오 대표는 "회사가 반드시 우선주를 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수천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사회가 보통주와 우선주 중 어느 것을 사는 것이 전체 주주에게 더 유리한지 제대로 비교해보았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일 BYC가 신규 자사주 매입에서 우선주에 더 많은 자금을 배정하기로 공시한 사실을 언급하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우선주 위주 자사주 매입은 더 이상 이론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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