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저협 자체 기준 22일 만에 철회
정부, 인간 창작 보호 원칙만 마련
AI 기여도·저작권료 분배 기준 공백
美·日 등 해외는 자체 가이드 시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음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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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저작권료를 나눌 기준은 마련되지 않아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AI와 인간이 함께 만든 곡에서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어떻게 판단할지, 저작권료를 전액 지급할지 일부만 인정할지를 놓고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7일 가요계에 따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AI 활용 음악의 신탁관리 기준'을 시행 22일 만인 지난달 25일 철회했다. 이에 따라 AI를 일부 활용한 음악의 신규 심사와 등록도 다시 유보됐다.

음저협은 지난달 3일 AI를 활용했더라도 인간이 작사·작곡·편곡 과정에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부분에 한해 신탁 등록을 허용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수노(Suno) 등 생성형 AI에 프롬프트만 입력해 만든 100% AI 음악은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달 18일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론화를 권고하면서 음저협은 규정을 거둬들였다. 이미 신탁 등록을 마친 AI 활용 저작물은 취소 절차를 밟고, 심사 대기 중인 곡은 새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등록이 보류된다.

정부 차원의 원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한다.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도 2023년부터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없는 AI 산출물은 저작권 등록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지난해 6월에는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를 발간해 등록 절차와 사례를 구체화했다.


문제는 국가의 법정 저작권 등록 제도와 음저협의 신탁관리가 서로 다른 영역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인간이 창작한 부분만 보호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AI와 인간이 함께 만든 곡의 저작권료를 권리자들에게 어떤 비율로 배분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현재 음저협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분배규정'에는 작곡자·작사자·편곡자 등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AI 기여분을 별도로 산정하는 항목은 없다. 100% AI 산출물을 인간의 창작물로 허위 신고하면 제재할 수 있지만, 인간과 AI가 공동으로 만든 음악에서 인간의 기여도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에 관한 잣대는 비어 있다.


가령 AI가 멜로디와 반주를 만들고 인간이 일부를 수정한 곡에서 저작권료 100원이 발생했다면, 인간 창작자에게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인간의 기여에 창작성이 인정되면 100원 전액을 줄지, 기여 비율만큼만 나눌지가 핵심 쟁점이다.


정부의 제도 마련 속도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체부가 재검토를 권고한 것은 음저협의 자체 기준 시행 이후 보름이 지난 시점이었다.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달 27~28일 '2026 저작권 쟁점 대토론회'를 열어 'AI 시대, 저작권 제도의 역할'을 논의했지만, 음악 저작권료 징수·분배에 적용할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AI 노래 쏟아지는데…저작권료 나눌 정부 기준은 '아직' 원본보기 아이콘

해외 주요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들은 자체 운영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미국 저작권협회(ASCAP)와 방송음악가협회(BMI), 캐나다 음악저작권협회(SOCAN)는 지난해부터 인간과 AI의 창작 요소가 섞인 '부분적 AI 생성 음악저작물'을 관리 대상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분배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BMI는 인간이 기여한 부분이 창작성 요건을 충족하면 일반 음악과 동일하게 전체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인간의 기여도가 10%에 불과하더라도 해당 부분의 창작성이 인정되면 전액을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 부마스템라(BumaStemra)와 노르웨이 토노(TONO)는 작업 영역이 명확히 구분될 경우 인간이 만든 부분에만 권리를 인정한다. AI가 작사하고 인간이 작곡했다면 작곡 부분에 해당하는 사용료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 역시 인간이 창작에 기여한 음악만 관리한다. 가사나 곡 가운데 한쪽을 AI가 전부 만들면 해당 부분을 '비저작물(AI 자율생성)'로 표시한다. AI가 작사하고 인간이 작곡한 음악에서 곡만 이용되면 관리율 100%를 적용하지만, 가사와 곡을 함께 사용할 때는 인간이 만든 몫인 50%만 관리한다.


더 큰 난제는 AI와 인간의 작업이 복잡하게 뒤섞인 경우다. 인간이 멜로디를 만들고 AI가 가사를 작성했다면 영역을 구분할 수 있지만, AI가 만든 멜로디를 인간이 재배열하거나 산출물을 토대로 곡을 완성하면 양측의 기여도를 수치로 나누기 어렵다. 이를 객관적으로 판정할 공통 기준도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판단하는 방식부터 신탁 등록과 저작권료 분배 원칙까지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시하 음저협 회장은 "기준의 공백 속에서 인간 창작자의 권리와 정당한 보상 체계를 지키자는 것이 앞선 규정 개정의 목적이었다"며 "AI 활용 저작물에 관한 기준 마련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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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결과물 중심의 판단에서 벗어나 창작 과정과 인간의 기여도를 반영하는 '과정 중심' 또는 '기여 중심'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최근 저작권 토론회에서 "인공지능이 창작 영역을 주도할수록 '인간 중심의 저작권 체계'를 더욱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정교한 법적 해석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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