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국립의대 후보 선정 뒤 서부권 상대적 박탈감 폭발
주민투표, 이전 찬반 넘어 통합시 균형발전 신뢰 가를 분수령

목포대학교가 전남광주 국립의과대학 신설 후보대학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목포·무안을 비롯한 서남권의 후폭풍이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문제로 번지고 있다.


36년 동안 기다려온 국립의대는 동부권인 순천대학교로 향하고, 통합특별시의 기획·정무 기능과 반도체 생산시설은 광주에 배치되는 반면 군공항의 소음과 재산권 피해만 무안이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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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광주 군공항 이전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무안군 주민투표가 오는 10월께 예정돼 있어 목포대 의대 유치 실패로 악화한 서남권 민심이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 30일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으로 국립순천대학교를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하기로 했다. 전국 의료전문가 8명이 참여한 심사에서 순천대는 89.15점, 목포대는 87.85점을 받아 불과 1.3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정부의 최종 승인 절차는 남아 있지만 목포대의 의대 유치는 사실상 좌절된 셈이다.


무안군은 31일 입장문을 통해 "실망감을 넘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와 통합특별시에 대학병원급 중증 진료 역량을 갖춘 거점병원과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조속히 구축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산 무안군수도 순천대에 의대와 대학병원이 설립되더라도 서남권의 의료 공백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목포대 의대 유치가 무산된 뒤에야 유감 입장과 대체 의료시설을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서남권 주민들의 상실감을 달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본보에 전달된 한 시민의 글에는 "광주·전남 통합 이후 목포·무안을 비롯한 서남권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며 "목포대 의대는 무산되고 순천대 의대로 결정된 반면, 발전의 성과는 광주와 동부권이 가져가고 희생과 부담은 목포·무안이 감당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담겼다.


통합특별시 청사 배치를 둘러싼 불만도 의대 탈락과 맞물려 다시 분출하고 있다.


통합특별시는 현재 광주·무안·동부청사를 모두 운영하고 있다. 첫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광주청사는 기획·정무·정책 기능, 무안청사는 예산·행정·균형발전·농수산·광역행정 기능, 동부청사는 산업·투자 기능을 각각 담당한다. 공식 조직안만 놓고 보면 무안청사가 배제된 것은 아니며 예산과 행정 등 주요 기능도 배치됐다.


그럼에도 서남권 주민들이 요구해 온 무안 중심의 주청사 체제는 관철되지 않았고, 통합시 전체를 조정하는 기획·정무 기능이 광주에 배치되면서 "실질적인 중심청사는 결국 광주가 된 것 아니냐"는 불신이 이어지고 있다.


동부청사가 산업과 투자 분야의 거점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순천대가 국립의대 후보대학까지 확보하자 서남권에서는 통합에 따른 핵심 성장기능이 광주와 동부권에 집중됐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광주와 해남에 나뉘어 추진되는 반도체·인공지능 투자도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은 광주를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으며, 해남 솔라시도에는 삼성SDS가 21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오는 2028년 첫 가동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가 서남권 전체의 산업기반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고용과 연관산업 파급력이 큰 반도체 생산시설은 광주에 배치되고 해남에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구조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투자액에 걸맞은 상주 인력과 지역고용,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남권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액 발표가 아니라 지역인재 채용 규모와 협력업체 입주, 본사·연구시설 이전, 지방세수 증대 등 지역에 남는 구체적인 효과다.


무안 국가산업단지 역시 기대와 의구심이 교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무안군 현경면 일원 3.47㎢, 약 105만평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했다. 광주 군공항 이전 6자 협의체가 약속한 지원 방안의 후속 조치로, 전남광주시와 무안군은 전략산업 기업 유치와 실수요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된 것이 아니라 '후보지 지정' 단계다. 앞으로 산업단지계획 수립과 승인, 사업시행자 선정, 토지보상, 기반시설 설치, 입주기업 확보 등 상당한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일부 주민들이 "국가산단은 지정됐지만, 실제 조성과 기업 입주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산단이 조성되더라도 기업과 근로자의 지역 정착이 뒤따르지 않으면 목포·무안의 인구 증가와 골목경제 활성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 이전 대상기관과 배치 지역을 확정하지 않았다. 발표 시점도 오는 10∼11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관을 집적·집중한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전남광주 지역 이전기관 상당수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집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남권에서는 수협중앙회와 한국어촌어항공단, 한국공항공사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기관만큼은 목포·무안 등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마저 나주에 집중된다면 행정통합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는 대신 통합시 내부의 또 다른 지역 쏠림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을 향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목포 정치권은 목포대 탈락 직후 공동입장문을 내고 "36년의 절규가 무산된 데 대해 목포시민과 서남권 주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정부와 통합특별시에 서남권 의료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사과와 유감 표명만으로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시민 글에는 박지원·서삼석·김원이 의원 등 서남권 정치인들을 직접 거론하며 "동부권 정치인과 시민들은 총동원돼 강력한 여론전을 펼쳤는데 서남권 정치권은 무엇을 지켜냈느냐"는 지적이 담겼다.


이어 "다음 선거에서도 당선될 것이라는 안일함 속에서 지역의 미래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 생각한 것 아니냐"는 거친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는 목포대 의대뿐 아니라 청사 기능과 첨단산업, 공공기관 이전 등 굵직한 현안이 연이어 불리하게 전개됐다고 느끼는 서남권 민심의 불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감정이 오는 10월께 실시될 광주 군공항 이전 주민투표에 어떻게 표출될지도 관심이다.


국방부는 지난 28일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확정했다. 앞으로 이전지역 지원계획 수립과 주민투표, 무안군수의 유치 신청을 거쳐 국방부가 최종 이전부지를 결정한다. 주민투표 결과를 토대로 무안군수가 유치 신청 여부를 판단하는 만큼 사실상 이전 성패를 가를 마지막 관문이다.


정부와 통합특별시는 군공항 이전지역에 1조원 규모의 지원사업과 국가산단 조성,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이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통합공항과 국가산단을 통해 무안을 항공·물류·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무안에서는 전투기 소음과 재산권 제한, 생활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지원사업이 구체적인 법적 의무가 아니라 선언적 약속에 머문다면 주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목포대 의대 유치 실패는 군공항 이전에 대한 기존의 찬반 구도를 '통합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다.


한 시민은 "의대도, 무안 주청사도, 반도체 팹도 서남권에 주지 않으면서 광주 군공항의 소음과 피해만 무안에 떠넘기려는 것인가"라며 "발전의 성과는 광주와 동부권이 가져가고 희생과 부담만 목포·무안이 감당하라는 통합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남권의 미래를 보장할 확실한 대책과 법적 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 군공항 이전에 반대해야 한다"며 "이는 몽니나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외면당한 주민들이 생존권을 지키려는 정당한 의사표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민투표에 앞서 정부와 통합특별시가 제시해야 할 것은 단순한 지원 총액이 아니라 실행력이 담보된 세부계획이라는 지적이다.


1조원 지원사업의 정부·통합시 부담 비율과 연도별 투자계획, 국가산단 착공·준공 시점, 선도기업 입주계획, 지역인재 의무채용, 소음피해 보상 범위, 주민 이주와 재산권 보호,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일정 등을 문서와 법적 장치로 명확히 해야 할 대목이다.


서남권 공공의료 대책도 군공항 지원사업과 분리된 국가적 책임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대학병원급 거점병원 설립 위치와 병상 규모, 정부 재정지원, 필수의료 인력 확보계획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목포대 탈락 이후 내놓은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약속 역시 또 다른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오는 10월 주민투표는 군공항 하나를 옮길 것인지만 묻는 절차에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의대와 청사, 반도체, 국가산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쌓인 서남권 주민들의 상실감과 통합특별시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표출되는 정치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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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성과는 광주와 동부권이 가져가고 서남권에는 먼 미래의 약속과 희생만 요구한다는 인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주민 설득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호남취재본부 정승현 기자 koei9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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