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밀려났던 풍물시장, 레트로 성지로
어르신 전유물에서 20·30세대 핫플로
빈티지 그릇, LP, 희귀 위스키에 열광
"경험 얻는 문화 생산기지로 만들어야"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서울풍물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낡은 물건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빛바랜 상자와 골동품, 세월의 흔적이 깃든 옛 물건들이 통로마다 수북이 채워져 옛 정취를 자아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레코드판(LP)부터 빈티지 식기, 희귀 위스키까지 판매한다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이 되면 젊은 손님들로 활기가 돌고 있다.


상인들에게도 갑작스레 찾아온 인기는 신선한 경험이다. 그릇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특별히 광고한 적도 없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소문이 났는지 지난해 말부터 젊은 손님들이 끊임없이 온다"고 설명했다. LP가게 상인 고모씨(58)는 "예전엔 60~70대 어르신이 손님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20~30대가 많다"며 "청년들로 북적이는 것 자체가 큰 활력소"라고 반겼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풍물시장의 한 그릇가게에서 손님들이 그릇을 살펴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이 되면 젊은 손님들로 활기가 돌고 있다. 박재현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풍물시장의 한 그릇가게에서 손님들이 그릇을 살펴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이 되면 젊은 손님들로 활기가 돌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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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골동품과 중고 물건을 판매해온 서울풍물시장이 젊은 세대의 '레트로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성수동·을지로 등 기존 인기 상권의 상업화에 피로를 느낀 청년들이 희귀한 빈티지 물건을 직접 찾아내는 재미와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방문객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풍물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전후로 골동품상이 밀집했던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2004년 청계천 복원 사업에 따라 동대문운동장으로 옮겨간 뒤 2008년 지금의 동대문구 신설동 부지에 안착했다. 이곳은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2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K-관광마켓 10선에 이름을 올려 전통 상권으로 입지를 다졌다. 현재 7941㎡(약 2402평) 규모의 부지에 821개 점포가 밀집해 있다.

이곳 시장을 찾는 방문객은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한다. 2023년 389만명, 2024년 551만명, 지난해에는 445만명이 다녀갔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 기준 229만명이 찾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 온라인 홍보 등으로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도 "지난해는 홍보 예산이 삭감되면서 오프라인 행사가 축소됐고 그 영향으로 방문객 수가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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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인기는 성수동·을지로 등 기존 상권의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성동구 성수동이 브랜드 기획 중심의 팝업스토어로 재편되고 중구 을지로 역시 상업화를 겪으면서 청년층이 인위적인 공간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성수동이 기획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라면 풍물시장은 소비자가 직접 탐색자이자 수집가가 돼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공간"이라며 "단종된 옛 소품이나 희귀한 빈티지 아이템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골동품 등 빈티지 물건들의 저렴한 가격도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 만난 김지희씨(26)는 "자취를 시작하면서 집에서 쓸 식기를 찾아보던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릇이 1000원밖에 안 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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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풍물시장에 골동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매년 서울풍물시장을 찾는 방문객 수는 수백만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6월30일 기준 229만명이 다녀갔다. 박재현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풍물시장에 골동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매년 서울풍물시장을 찾는 방문객 수는 수백만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6월30일 기준 229만명이 다녀갔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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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관람객의 방문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골목상권의 흥행은 커피, 베이커리, 독립서점이 주도하는데 풍물시장의 경우 빈티지라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며 "중고·구제 물건을 사러 가는 단발성 소비 장소가 아니라 방문객이 새로운 문화와 아날로그적 경험을 추구할 수 있는 문화 생산기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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