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좀 제발 가르쳐달라" 日 찾아갔던 한국…65년 만에 종주국 위협[진격의 K-라면]①
일 닛신식품, 실적 발표 시 K라면 언급 늘어
특히 미국서는 전략 제품 출시하며 대응
주요국 시장 곳곳서 농심·삼양 등과 경쟁
#1963년 4월10일 전중윤 고(故)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희망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일본행 항공기에 몸을 싣었다. 6·25 전란 직후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미군부대 음식물 쓰레기를 끓인 '꿀꿀이죽'을 줄 서 먹던 동포들을 보고 삼양공업(현 삼양식품)을 창업한 지 2년 만이었다. 당시 일본은 1958년 닛신식품이 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뒤 신제품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전 명예회장은 일본 여러 기업을 돌며 기술 전수와 기계 판매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일부 대기업은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전 명예회장이 일본 현지에서 수소문 끝에 만난 인물은 오쿠이 기요스미 묘조식품 사장. 당시 묘조식품은 이탈리아로부터 스파게티 제조기술을 배워 우여곡절 끝에 닛신식품에 맞설 인스턴트 라면을 출시한 직후였다. 두 인물은 '애민(愛民)'으로 의기투합했다. 전 명예회장이 도쿄에서 멀찍이 떨어진 한 공장에 도착, 20여차례 생산라인을 오가며 공정을 배웠다. 국가 기밀과도 다름없는 배합 기술은 당시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오쿠이 사장이 비서를 통해 몰래 알려줬다고 전 명예회장은 회고했다.
60여년 전 바다 건너 일본에서 온 라면이 'K푸드' 열풍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종주국인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 개발 日 기업 "전례 없는 위기감"
2일 닛신식품이 최근 발표한 IR(Investor Relations)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미국향 새로운 전략 제품으로 '도쿄의 강렬한 맛(BOLD TASTES OF TOKYO)' 신제품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앞서 안도 고키 닛신식품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당시 "당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CEO로서 전례 없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닛신식품은 삼양식품에 라면기술을 전수한 묘조식품을 2006년 인수했다.
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안도 모모후쿠의 아들인 안도 CEO의 위기감은 실적 악화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닛신식품의 미주 지역 매출액은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1686억엔(약 1조4700억원)에서 2025회계연도 1637억엔으로 2.9% 감소했다. 핵심 영업이익(영업이익에서 신사업 관련 손익과 비경상 손익인 '기타 수지'를 제외한 수치)은 해당 기간 105억엔으로 전기 대비 34.6%나 줄었다.
닛신식품 전체 매출 중 미국과 남미 등을 포함한 미주 지역 매출 비중은 21% 수준이다. 일본 자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규모가 60% 이상인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 다음으로 큰 핵심 시장 중 하나다. 특히 2025회계연도 기준 핵심 영업이익이 706억엔으로 전년 대비 15.5% 감소했는데, 그중 40%가 미주 지역 사업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실적 악화 배경으로 ▲주요 대형마트 재고 부족 ▲판촉비 증가로 인한 이익률 하락 등과 함께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 격화'를 제시하면서 '한국 기업의 부상'을 언급했다.
K라면 승승장구하는 사이…"소비자 기호 변화 대응 뒤처져"
닛신식품은 한국 업체와 경쟁 구도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2023년 실적 발표부터다. 같은 해 5월 2023회계연도 실적 발표 당시 닛신식품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경쟁사와 차별화 전략으로 "한국 제품의 특징인 매운맛과 쫄깃한 면에 맞서는 제품을 당사도 출시했다"면서 "제품군에서 경쟁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을 포함해 당사가 더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미국 내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한국 기업의 진입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프로모션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닛신식품은 K라면 성장세에 대응이 늦었다는 점을 결국 인정했다. 지난해 5월 2024회계연도 실적 설명 당시 미국 법인 내 조직 개편을 발표하면서 "소비자 기호 변화에 대한 대응이 뒤처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텍스처와 풍미에 민감해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각과 취향이 진화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인스턴트 라면이 틱톡과 입소문을 통해 판매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라면의 매운맛에 대응하기 위해 '게키(Geki)'라는 브랜드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올해 5월에는 실적 발표에서도 "(자사 라면은) 여전히 성장세는 이어가고 있으나 둔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닛신, '까르보 불닭' 유사품 논란도
이 같은 닛신식품의 위기감은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닛신식품은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해외 사업 매출 규모는 2430억엔(약 2조1000억원)에서 2024회계연도 2908억엔으로 늘었다가 2025회계연도 2884억엔으로 감소했다. 미국과 남미를 포함한 미주 지역 실적이 영향을 줬다.
반면 삼양식품은 2021년 3886억원에서 2024년 처음 1조원을 넘긴 1조3359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조883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창사 이래 최초 연간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에는 사상 처음 분기 기준 해외 매출 6000억원을 넘기며 연간 기준 해외 매출 2조원 돌파가 전망된다.
농심은 2021년 해외 매출이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1조4927억원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수출 전용 공장인 부산 녹산공장이 완공되면 내년에는 해외 매출 2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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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닛신식품은 2023년 삼양식품 삼양식품 close 증권정보 003230 KOSPI 현재가 1,487,000 전일대비 5,000 등락률 -0.34% 거래량 29,420 전일가 1,492,000 2026.09.02 13:51 기준 관련기사 해외 뚫고 다시 상륙…K라면 역수출 스토리[맛잘알X파일] 일본업체보다 매력도 높은 '이 음식' 관련 주식[주末머니] 반도체에 밀린 'K라면'…하반기 불타 오르나 의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야끼소바 볶음면 한국풍 매콤달콤 까르보'를 출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닛신식품이 내놓은 제품은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제품 포장부터 맛까지 매우 유사하다. 제품 포장에 삼양식품 제품과 비슷한 분홍색을 사용하고 한글로 '볶음면'이라고 표기했다. 이 제품은 현재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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