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중국인 대학 강사가 범인
시신 훼손·여장·허위신고 정황까지
경찰, 전국 여러 지역서 시신 수습
신상정보 공개 여부도 심의
한국에서 자신이 가르쳤던 중국인 여성 유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대학 강사의 범행 전후 행적이 속속 드러나면서 중국 현지에서도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피의자가 범행 이후 피해자의 옷을 입고 이동하며 동선을 위장하고 직접 실종 신고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중국으로 송환해 최고형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3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해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는 제자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중국 국적 대학 강사 정모(31)씨에 대한 정보와 분노가 빗발치고 있다. 먼저 정 씨는 난 20일 새벽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주거지에서 중국인 여성 A씨(25)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경북과 경기 등 여러 지역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정 씨가 강의를 맡았던 대학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이미 중국에서 취업까지 한 상태였으며 수료·졸업 관련 증서를 받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4일 한국에 다시 입국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지난 20일 새벽 2시께 A씨와 정 씨가 함께 정 씨의 주거지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A씨가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후 A씨가 집을 빠져나오는 장면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정 씨가 여성복을 입고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혼자 집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 씨는 A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동대구역 일대로 이동한 뒤 전원을 끈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화장실 등에서 다시 남성복으로 갈아입은 뒤 자신의 주거지로 돌아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정 씨가 피해자가 살아서 이동한 것처럼 꾸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실종 초기 경찰은 A씨 휴대전화의 위치정보 등을 토대로 동대구역 일대를 A씨의 마지막 동선으로 판단해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피해자 옷 입고 동대구역 이동…범행 나흘 뒤에도 단톡방에 수업 공지
더욱 충격을 준 것은 정 씨가 범행 이후 보여준 행적이다. 정 씨는 범행 다음 날인 21일 직접 경찰에 A씨의 실종 사실을 신고했다. 당시 자신을 A씨의 남자친구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를 찾던 주변인들과도 연락하며 자신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피해자의 동급생이 중국 펑파이신문 등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정 씨는 A씨가 이미 실종된 지 나흘이 지난 24일 오후 9시께에도 학생 단체 채팅방에 다음 수업과 관련한 정보를 올렸다. 정 씨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다 이튿날인 25일 오후 7시 29분께 경산 하양읍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한 동급생은 중국 매체에 정 씨가 평소 학생들과 비교적 원만하게 지냈다면서 범행 소식을 접한 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씨는 재활치료와 신경해부학 등을 가르쳤으며 새 학기에도 인체해부학 등 2개 과목을 맡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 씨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여러 지역에 분산 유기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정 씨의 진술과 차량 이동 경로 등을 토대로 경산과 경주, 경기 군포 등에서 수색을 벌였으며 지난 주말에도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추가로 수습했다. 현재도 일부 시신에 대한 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범행 동기를 둘러싼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와 연인 관계였으며 결혼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 주변인들은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다는 정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경찰 역시 피해자가 숨진 상황에서 정 씨의 진술만으로 두 사람의 관계나 범행 동기를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휴대전화 분석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
정 씨는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진행하려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거부했다. 경찰은 범행 수법과 시신 훼손 과정, 정 씨가 가진 해부학 관련 지식이 범행에 이용됐는지 여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中 누리꾼 "한국은 사형 집행 안 해" 분노…중국 송환 가능성은 작아
사건이 알려지자 중국에서도 관련 소식이 주요 포털과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특히 처음에는 피해 여성이 외국에서 범죄의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피의자가 피해자를 직접 가르쳤던 같은 중국 국적 강사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충격이 더 커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은 오랫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으니 중국으로 인도해 재판해야 한다", "중국 법에 따라 최고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잇따랐다. "해외에서는 같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반응과 함께, 신고하고 피해자를 찾는 척했던 정 씨의 행동이 특히 충격적이라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가족의 분노도 컸다. 중국 매체들은 A씨의 가족이 범인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정 씨가 실제 중국으로 송환돼 재판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는 것이 현지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있지만, 범행 장소가 한국이고 한국 경찰이 이미 피의자를 체포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법률 전문가들도 한국 사법당국이 먼저 사건을 재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 형법상 살인죄에는 사형도 규정돼 있지만,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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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주부산 중국총영사관은 한국 경찰로부터 자국민 여성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 한국 측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법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가족에게 필요한 영사 조력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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