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
대법원 자체 지침은 '월정액 지급' 금지
PC 6131대 예비품으로 쌓아두고 OS 비용 6.5억 추가 지급
경매 현황조사 여비도 표본 94.5% 과다·중복 지급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에게 대법원 자체 지침이 금지한 정기 격려금이 매달 현금으로 지급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지급된 격려금은 12억9900만원에 달했다. 또 법원행정처는 직원 정원의 3분의 1이 사용할 수 있는 PC 6100여대를 예비품으로 보관하고 있었고, 이미 계약에 포함된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비용 6억5000만원을 별도로 지급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대법관·법원행정처장에 매달 '현금 격려금' 부당 집행"…3년9개월간 1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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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31일 이 같은 내용의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2021년 이후 정기감사를 받지 않은 법원의 재정활동과 예산 집행을 들여다본 결과 총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돼 주의·통보 조치했다. 법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어서 감사원은 직무감찰이 아닌 회계검사만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에게 지급된 현금 격려금이다. 대법원 예산 집행지침은 우수 부서나 직원 등에 대한 격려금 지급은 허용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월정액 등 정기적 지급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대법관 12명에게 매달 두 차례, 평균 200만원의 격려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일부 기간에는 월 100만~150만원을 더 줬다. 2024년 5월부터는 대법관마다 지급일과 지급액을 달리했지만 연간 총액은 큰 차이가 없었다. 대법관들은 이와 별도로 매월 512만원의 특정업무경비도 지급받고 있었다.

또 법원행정처장에게도 정기적으로 현금 격려금이 지급됐다.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매월 300만원을 지급했고, 일부 기간에는 월 50만~150만원을 추가했다. 이후에도 지난해 9월까지 매달 200만~400만원을 지급했다. 이렇게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지급된 격려금은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12억99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법원장 경호의전팀과 공관 경비대에도 별도로 1억6000만원이 정기 지급됐다. 대법원장 본인에게 지급된 격려금은 없었다. 감사원은 "월정액 등의 정기적인 격려금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법원행정처에 주의를 요구했다.


전산장비 구매도 도마에 올랐다. 법원행정처는 2022~2025년 PC를 구매하면서 전년도에 이미 확보한 교체 물량을 다시 사들이거나 별다른 기준 없이 예비품을 확보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사용하지 않고 보관 중인 PC가 6131대에 달했다. 법원 전체 정원 1만8669명의 3분의 1가량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프린터와 스캐너도 비슷했다. 법원행정처는 적정 예비물량에 대한 기준 없이 구매계획을 세운 데 이어 계약 과정에서 가격이 낮아지자 남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구매량을 늘렸다. 2025년에는 프린터 단가가 3만1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낮아지자 구매 물량을 4193대에서 5246대로 1055대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예비품으로 남아 있는 프린터는 2983대, 스캐너는 559대였다.


이미 계약에 포함된 사업에 돈을 한 번 더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원행정처는 2024년 A업체와 연 79억원 규모의 전산장비 유지보수 계약을 맺었다.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와 사업수행계획서에는 윈도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도 법원행정처는 계약 협상 당시 실무자끼리 이를 제외하기로 구두 합의했다는 이유로 2025년 4월 OS 업그레이드를 별도 과업으로 추가했다. 계약금액도 6억5000만원 늘렸다. 감사원은 계약서상 업체가 원래 수행해야 할 업무였던 만큼 6억5000만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됐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 집행관에게 지급되는 현황조사 여비도 상당 부분 과다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여비가 지급된 경매사건 가운데 1232건을 추려 확인한 결과, 94.5%인 1162건에서 기준을 넘긴 금액이 지급되거나 가까운 곳에 대한 출장비가 중복 지급됐다. 표본에서만 과다 지급액이 4336만원으로 추정됐다.


전주지법의 경우 같은 아파트에 있는 경매 물건 5건을 조사하면서 적정 여비 5만5000원 대신 52만원을 지급한 사례가 있었다. 대전지법도 하루 세 차례 대전 지역을 조사한 집행관에게 규정상 2만원이 아닌 10만7000원을 지급했다. 현황조사 여비는 경매 신청자가 미리 내는 경매예납금에서 나간다. 여비가 많이 지급될수록 신청자가 돌려받는 돈은 줄고, 최종적으로 채무자가 부담하는 집행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같은 기간 현황조사 여비가 지급된 경매사건이 27만3344건에 달하는 만큼 실제 과다 지급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원은 봤다.


법원 편찬도서와 관련한 회계 처리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법', '사법논집' 등 도서 4만1533부를 계약도 맺기 전에 먼저 납품받았다. 이 가운데 3만5262부는 납품한 지 85~717일이 지나서야 총 8억7691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6363부는 감사 시점까지 계약을 맺지 않았다. 납품확인서를 실제 납품 시점과 다르게 작성한 사례도 있었다. 법원 소속 법관과 직원에게 지급할 수 없는 원고료와 심사료를 도서 구매계약에 포함시켜 사법발전재단을 거쳐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렇게 지급된 금액은 1억8749만원이었다.


이에 감사원은 사법연수원이 발간하는 '법원실무제요'의 공개 방식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2020~2024년 민사소송의 본인소송 비율이 평균 90.4%에 이르는 만큼 일반 국민도 재판 실무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법원실무제요는 인쇄물을 돈을 주고 사는 방식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법원실무제요 행정Ⅰ·Ⅱ'의 경우 인쇄원가는 1만1000~1만4000원 수준이지만 판매가격은 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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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실무제요'를 홈페이지에 무료 공개하고 있는 점을 들어 법원실무제요도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 방안을 마련하라고 사법연수원에 통보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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