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테크]AI 순환고리, 성장의 엔진인가 금융의 착시인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평가할 때 기술의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자금을 대고,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며, 마지막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최근 AI 산업에서는 투자자이자 고객인 기업들이 서로의 성장과 가치를 끌어올리는 순환고리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금융투자자는 AI 모델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신용을 제공하고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다. AI 기업은 이 돈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전력, 서버, 데이터센터 용량을 대량 구매한다. 공급기업의 매출은 늘고 AI 수요 확대 기대는 주가와 기업가치를 높인다. 높아진 기업가치는 다시 더 많은 투자와 장기계약을 가능하게 한다. 자금·구매·매출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구조다.
투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철도와 통신망, 인터넷, 전력망도 초기에는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했다. AI 역시 컴퓨팅과 전력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순환의 출발점과 종착점이 산업 내부에만 머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투자금이 AI 기업의 구매력으로 바뀌고, 그 구매가 다시 투자기업의 매출로 돌아온다면 장부상 매출 증가는 최종 수요와 다를 수 있다.
핵심은 외부 고객이 AI 기업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에 있다. GPU와 클라우드 구매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AI 사용료가 충분히 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투자자는 매출 증가율보다 매출의 질을 봐야 한다. 외부 고객 매출 비중, 고객 집중도, 매출채권 증가율, 장기 구매약정의 해지 조건, 투자와 공급계약의 연계 정도가 중요하다. 막대한 설비투자가 안정적인 사용료 수입으로 이어지는지, 차입으로만 메워지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이 순환고리는 미국 증시의 세 가지 균열과 맞물려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첫째는 고평가다. S&P500의 실러 주가수익비율은 42로 장기 평균 17의 두 배를 웃돈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과 이익을 높일 가능성은 크지만 시장은 이제 '천문학적 설비투자가 언제 현금흐름으로 돌아올 것인가'를 묻고 있다. 투자 증가세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이익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축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둘째는 국채시장의 불안이다. 미국 정부부채가 40조달러에 이른 상황에서 장기채를 사들이고 단기채 발행을 늘리는 방식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재정적자와 이자비용 증가라는 뿌리를 해결하지 못한다.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조치가 오히려 달러 신뢰를 낮춰 금·원자재·비트코인 등 대체자산 선호를 부추길 수도 있다.
셋째는 고유가다. 이란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험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기대는 늦춰진다. 이는 AI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고평가 성장주의 할인율 부담을 키운다. 한국에는 수입물가 상승과 달러·원 환율 불안, 외국인 자금 이탈이라는 경로로 전해질 가능성이 있다.
AI의 장기 성장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다만 올 4분기에는 AI 실적 검증, 장기금리와 유가의 방향, 대형 AI 기업의 기업공개(IPO)에 따른 유동성 흡수 여부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유가와 엔·달러 환율의 역수가 S&P500에 선행해온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 시작될 주가 조정이 2027년의 AI 버블 붕괴로 확산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 유행을 좇는 집중투자보다 이 산업 밖에서 실제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 금리와 유가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자산으로의 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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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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