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개정에 노사 대립
'호남 반도체' 등 신규 투자 여부 촉각
재계 "경영 판단과 구분 돼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호남 반도체 투자' 등 신규 투자와 사업 재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가 노동쟁의·단체교섭 대상인지를 놓고 노사가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이를 교섭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기업의 경영상 결단으로 교섭·쟁의 대상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노사 단체에 보완 지침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설명한다.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구체화한 해석지침은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올해 3월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해석지침을 확정했으나 논란이 이어지자 5개월여 만에 보완에 나섰다.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삼성전자 DX노조의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 요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삼성전자 DX노조의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 요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재계는 신규 투자나 공장 신설에 따른 인력 배치는 구조조정과 다른 통상적인 인사·경영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기존 고용을 축소하거나 재조정하지 않는다면 노동쟁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행 해석지침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배치전환을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투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신규 공장 설립은 경영 주체의 경영상 결단으로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논란은 삼성전자 노조가 정부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내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후 국무회의에서 기업의 투자 결정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지적하며 정부에 판단 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정부는 하위법령을 검토했으나 쟁의행위 범위를 시행령이 아닌 시행지침에 담기로 했다.


'인력 재배치' 해외선 경영상 결정인데…韓선 '파업 카드' 되나 원본보기 아이콘


쟁점은 개정법이 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하면서 해석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공장 신설·이전이나 신규 투자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고용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법원은 경영 판단과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구분해 왔다. 대법원은 한국가스공사 노조 민영화 반대 사건(2002도7225)에서 구조조정 여부를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인력 재배치' 해외선 경영상 결정인데…韓선 '파업 카드' 되나 원본보기 아이콘

주요국도 투자와 공장 신설·폐쇄, 사업 재편 등을 회사의 결정 사항으로 본다. 미국은 사업 종료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되 이에 따른 해고 등은 교섭 대상으로 인정한다. 영국은 쟁의 대상을 임금 등 고용조건과 채용·해고로 제한한다.


일본과 독일도 생산계획과 설비투자, 사업장 이전을 '경영전권 사항'으로 보고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만 일본은 해당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 교섭 대상으로 인정한다. 독일은 사업장 폐쇄·축소·이전 등으로 근로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이 예상되면 '사업장평의회'와 협의하도록 한다.

AD

이에 해석지침에 경영 판단과 이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를 구분할 명확한 기준을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처럼 근로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에 중대한 변동을 수반하는 결정과 투자·증설에 따른 통상적인 인력 배치를 구별하는 판단 기준도 지침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며 "근로자의 실질적 권익은 영향에 대한 교섭과 협의로 두껍게 보호하면서도, 신규투자와 같은 경영활동이 쟁의 대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