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세곡동 한양수자인 주민, 수광선 노선 반대
예타 땐 탄천 쪽 우회…실시설계선 아파트 밑 통과
주민 "지하에 SRT·GTX 이미 지나…지반침하 우려"
권익위에 갈등조정 신청…서울 구간 착공도 지연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한양수자인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지하를 파고드는 철도 노선에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서역과 경기 광주를 잇는 수서~광주 복선전철(수광선) 서울 구간이 아파트 단지 아래를 인접하며 관통해 지반침하 등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31일 강남한양수자인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주민들이 확보한 설계 도면상 터널은 아파트 건물과 불과 50㎝ 떨어진 지점을 지난다. 한양수자인비대위는 "철도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지반침하 위험이 검증되지 않은 채 집 밑을 파고드는 노선을 밀어붙이지 말라는 것"이라며 단지 옆 하천인 탄천 방향 우회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갈등 조정을 신청했다.
수광선은 총연장 약 19.4㎞, 사업비 1조원대의 국책 철도사업이다. 국가철도공단이 시행하며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대부분 구간이 지하 터널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논란의 뿌리는 노선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겼다.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검토된 노선은 아파트를 비켜 탄천 방향으로 도는 우회 안이었다. 그러나 2020년 말 환경평가 초안 단계에서 세곡동 주거지를 곧장 관통하는 직선 노선이 처음 등장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예타 노선이 분당선과 부딪힌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직선으로 바꿨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공단은 이후 실시설계 단계에서 노선을 다시 조정했다. 아파트 '바로 밑 통과'를 '50㎝ 옆 통과'로 바꾼 것이다. 공단이 문서에 적은 변경 사유는 ‘수자인 아파트 직하부 통과 배제로 집단민원 최소화’였다. 애초 아파트를 피하는 노선이 있었고 지금도 우회가 가능한데 굳이 집 옆을 지나게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문제 제기다.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며 반발하는 것은 지반침하 문제다. 이 아파트 지하에는 이미 수서고속철도(SRT)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터널이 지난다. 수광선까지 더해지면 대형 터널 세 개가 한 구간에서 겹친다.
국가철도공단은 인터넷 공청회 자료에서 “지반침하 안전기준 25㎜에 못 미치는 3~4㎜ 침하가 예상돼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SRT와 GTX-A가 지나는 지금도 현장에서 150㎜에 이르는 침하가 확인됐다"며 "노선 하나가 더 통과하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 위험이 기우가 아니라며 지난해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를 예로 든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올해 4월 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반조사 부실과 설계 하중 계산 오류 등을 지목했다.
거리 표기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주민들이 열람한 환경영향평가 공람본에는 아파트와 터널 사이가 8m로 적혀 있었지만, 실제 설계상 거리는 50㎝로 16배 차이가 난다. 주민들은 "공람 때는 이렇게 가까운 줄 알 수 없었다"며 "공단이 더 가까운 수치를 알고도 공람본에는 멀게 적었다"고 주장했다.
안전 검증 절차인 지하안전영향평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 측 판독에 따르면 정밀 분석에서 정작 터널과 가장 가까운 417동이 대상에서 빠지고 조금 떨어진 418동이 분석돼 ‘안전하다’는 결론이 났다.
공단은 인터넷 공청회에서 분당선 저촉, 지하철 차량기지 검수동 파일 하부 저촉, 탄천생태경관지구 저촉 등 세 가지를 탄천 우회 불가 사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 21일 국가권익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에서는 하부로 통과할 경우 모두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노선의 깊이를 낮추면 분당선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차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구간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는 두 차례 무산됐다. 지난달 30일 세곡동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는 주민 반발로 파행하며 두 번째 무산을 기록했다. 환경영향평가법상 공청회가 2회 이상 정상 개최되지 못하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편에 섰다. 강남구의회는 지난해 5월 노선 변경 청원을 채택했고, 강남구청은 공단에 "이 사업에 대한 주민과 국토부의 실질적 갈등 해결과 원활한 주민소통을 위해 향후 행정절차를 국가권익위원회 회의를 통한 당사자 간 합의가 도출된 이후에 추진해 달라”며 “탄천 우회로의 노선변경 등 주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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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 이 사업의 실시계획은 반쪽만 승인된 상태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성남~광주 약 10㎞ 구간만 우선 승인했고, 논란이 있는 서울 구간은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끝나지 않아 승인에서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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