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 현실 암묵적 인정 후 우크라 철군 등 협상해야"
전문가들 "핵보유국 공식 인정은 별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먼저 정상회담을 열어 대화를 재개한 뒤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추가 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전직 미 당국자의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애틀랜틱카운슬 비상근 선임연구원은 미 PBS방송이 지난 28일(현지시간) 공개한 대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예측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김정은을 그냥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트루스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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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에로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 간 대화가 국무부 장관이나 부장관급 등 실무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과 대통령 간 대화가 그런 협상을 다시 시작하게 하고, 이후 중간선거 뒤나 내년쯤 두 번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미 대화를 재가동한 뒤 추가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와 달라진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 역시 과거에는 비핵화를 반드시 협상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오랫동안 핵무기를 보유해왔다는 현실을 언급하며 이를 적어도 암묵적으로 인정한 뒤 미국에 더 중요한 현안으로 협상의 초점을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철수와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 등을 거론했다.


다만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고민해야 할 질문은 북한과 실질적인 효과를 갖는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자체 핵무장에 대한 청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나라들을 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위험을 억제할 수 있는 충분한 유인책과 억제 수단이 미국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체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 데 대해서도 루지에로 전 국장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가 유일하게 놀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강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담에 출연한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레이철 민영 리 선임연구원은 비핵화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리 선임연구원은 "현재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과의 어떤 의제에서도 비핵화라는 단어로 시작하거나 이를 포함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정치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북한이 요구하는 핵보유국 지위를 정치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실무 소통 창구인 '뉴욕채널'을 다시 가동하는 정도만으로도 현 상황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2019년 마지막 북미정상회담 당시보다 훨씬 유리한 협상 위치에 있다고도 분석했다. 수년간의 국제 제재와 코로나19 봉쇄를 견딘 데다 최근 러시아와의 관계가 강화됐고 중국 역시 북한과 고위급 교류를 확대하면서 북한의 협상 지렛대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맨스필드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정상회담을 먼저 여는 방식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대형 합의를 선호하는 반면 북한은 양보와 보상을 단계적으로 받아내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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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는 것 자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 뒤 추가 양보를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상 간 담판에 앞서 충분한 실무 협상을 진행하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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