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피한 한국영화, 9월에 몰려온다
'비광'부터 '부활남'까지 여섯 편 개봉
투자 향방 가를 시험대
여름 극장가에서 외화에 밀렸던 한국영화가 9월 대거 출격한다. 거장의 신작부터 인기 시리즈의 완결편, 실화 기반 추적극,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기대작 여섯 편이 잇달아 관객을 만난다. 이들의 흥행 성적이 향후 영화계 투자 심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달 한국영화 여섯 편이 매주 차례로 개봉한다. 포문은 이날 이지원 감독의 '비광'이 연다. 스타 야구선수 중구(류승룡)와 톱스타 남미(하지원) 앞에 중구의 혼외자 동주(김시아)가 살인 누명을 쓴 채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류승룡은 작품을 "눅눅한 인생에 빛이 들어오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 빗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21년 촬영을 마친 뒤 5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16일에는 할리우드 영화 '인턴'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동명의 리메이크작이 출격한다. 젊은 최고경영자(CEO) 선우(한소희)가 이끄는 회사에 37년 경력의 시니어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민식은 "한국적 정서로 세대 갈등과 화합을 그리면 또 다른 맛이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은 "원작의 틀에 두 인물의 약점과 외로움을 보다 현실적으로 얹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화 대전은 23일 절정에 이른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암살자(들)' '가능한 사랑' 등 세 편이 같은 날 나란히 스크린에 걸린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온라인 카지노를 통해 성공한 장태영(변요한)과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절친 박태영(노재원)이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맞붙는 과정을 그린다. 2006년 시작해 20년간 이어진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최국희 감독은 "시기와 질투, 배신 등 인물의 내면에 집중했다"며 전작들과 구별되는 독립적인 세계관을 강조했다. 변요한 역시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암살자(들)는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파고드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형사 철구(유해진),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하나의 진실에 접근한다. 실제 현대사의 한 장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메가폰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등을 만든 허진호 감독이 잡았다.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되며 해외에서도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해고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만나 각기 다른 삶과 욕망을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출연한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잇달아 초청됐으며, 내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심사진은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메시지가 선명하다"고 평가했다.
9월의 마지막 주자는 30일 개봉하는 '부활남: 더 레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유일한 스펙인 취업준비생 석환(구교환)이 죽은 뒤 72시간 만에 되살아나는 능력을 깨달으면서 겪는 사건을 다룬다.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뷰티 인사이드'와 '독전 2'를 연출한 백종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백 감독은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비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원작의 핵심인 '부활' 설정을 충실히 살렸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개봉 경쟁을 침체한 투자 시장의 향방을 가를 시험대로 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극장 매출은 57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9%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개봉이 확정된 한국영화는 스물두 편에 그쳐 연간 마흔 편 가량이 극장에 걸렸던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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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매출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제작·투자 시장의 위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9월 개봉작들이 의미 있는 흥행 성과를 낸다면 투자와 제작, 개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되살아날 수 있다.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 투자업계의 보수적인 기조는 한층 짙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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