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중폭개각으로 '정면돌파' 택한 李…범진보 확장·통합도 꾀했다
재경·국토 등 6개 부처 한꺼번에 교체…靑참모 인사도 단행
19개 부처 3분의 1 교체…일괄 쇄신 카드 꺼내
정치인 용혜인·이해민에 김경수까지…인재풀 '왼쪽'으로
경제·부동산은 현직 차관 승진…정책 기조·연속성 유지
36세·41세 장관 후보 발탁, 여성 국무위원 5명으로
치열한 가을국회 전망…연말 후속 개각 가능성 여전히 열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예상을 뛰어넘는 6개 부처 '중폭 개각'을 단행하며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의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 대통령은 여론에 떠밀리는 듯한 결단을 가급적 피하는 스타일로 알려졌지만, 국정 지지율 하락과 쇄신 요구가 누적된 상황에서 19개 부처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장관을 한꺼번에 바꾸는 카드를 꺼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의미를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열심히 뛰자는 취지"라고 압축했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한 6곳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윗줄 왼쪽부터 재정경재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형일 1차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강신철 전 연합사 부사령관. 아랫줄 왼쪽부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국토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홍지선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민주당 이소영 의원. 2026.8.30 연합뉴스
3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사람은 바꾸되 핵심 정책의 방향은 흔들지 않고, 정치적 외연은 범진보 진영까지 넓힌다'는 이 대통령의 판단이 투영됐다. 부동산과 경제정책에 대한 민심 악화에는 핵심 경제부처 수장 교체로 반응하면서도, 후임에는 현직 차관을 올려 정책 연속성을 확보했다. 반면 정치·개혁 분야와 청와대 참모진에서는 기본소득당과 조국혁신당, 친문(친문재인)계까지 인재 풀을 넓히며 범여권 내부의 결속을 강화했다. 집권 1년 차 '중도 확장'에 무게를 뒀던 인사 전략의 무게중심을 이번에는 다소 왼쪽으로 옮긴 셈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 컨트롤 타워'인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이형일 재경부 1차관,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공급 정책'을 담당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각각 지명했다. 법무부 장관에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부 장관에는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 성평등가족부 장관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발탁했다.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기용하고 대통령 정무특보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위촉했다. 하정우 전 AI수석은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복귀했고, 신설되는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는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이 발탁됐다.
당초 여권 안팎에서는 한성숙 국무총리 발탁으로 공석이 된 중기부와 정성호 전 장관의 사퇴로 자리가 빈 법무부를 중심으로 순차 개각에 무게가 실렸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재경부·국토부·국방부·성평등가족부까지 한꺼번에 교체했다. 특히 구윤철 부총리는 이날 미국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자신의 교체 사실을 접하고 한때 항공권을 취소했을 정도로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 내용은 물론 시기에 대해서도 청와대 내 실무자 중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순차 개각 아닌 '중폭 개각' 자체가 메시지
청와대 안팎에선 개각의 폭 자체가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실시해 28일 공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2%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평가는 처음 50%에 올라섰다. 특히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이 27%로 가장 높았다(※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조사마다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국정운영의 동력이 집권 초보다 약화됐다는 데는 여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개 공석만 채우는 '관리형 인사' 대신 경제·부동산·국방까지 손대며 쇄신 요구를 인사로 흡수하고 국정 동력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정책 기조까지 선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경부와 국토부 인사는 쇄신·연속성·전문성을 절충한 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형일 재경부 장관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고 중동전쟁 당시 '석유 최고가격제'와 '8·3 세제개편' 등 주요 현안을 주도했다. 재경부와 옛 기재부를 통틀어 차관이 장관으로 발탁된 것은 20년 만이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인 홍지선 국토부 2차관 역시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맡아 '기본주택' 등 주택정책을 설계했고 현 정부 국토부 2차관으로 정책 집행에 참여했다. 경제정책과 부동산정책을 잘 아는 내부 인사를 수장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민심에는 '변화'를 보여주되 정책 집행의 속도는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 청와대 경제라인이 그대로 남은 점도 경제정책의 큰 틀을 바꾸는 개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정치인 발탁 범진보로 확장…3040 세대교체 색채도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 하정우 전 AI수석(왼쪽부터)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는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을, 대통령비서실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 이원주 기후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2026.8.30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반면 정치인 인선 범위는 범진보 진영으로 확장했다. 이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용 의원을, 청와대 AI수석으로 이해민 의원을 끌어들였다. 두 정당은 민주당보다 각종 개혁 의제에서 선명성을 강조해온 범진보 정당이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지사를 대통령 정무특보로 불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지지층과 당내 세력 간의 균열을 봉합하는 동시에 민주당 밖 범진보·개혁 세력까지 국정 운영의 울타리 안으로 묶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승원 의원의 법무부 장관 발탁은 검찰개혁의 선명성을 높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김승원 의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문제 등에서 당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강한 개혁론을 펴왔다. 이 대통령과 정 전 장관이 일부 보완수사권 존치 가능성을 열어뒀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행보를 두고 범여권에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인사는 이런 우려를 씻기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생 분야에서는 관료를 전진 배치해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개혁 분야에서는 지지층에 보다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세대교체의 색채도 짙어졌다. 이소영 의원은 1985년생으로 41세, 용 의원은 1990년생으로 36세다. 두 사람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 국무위원이 동시에 탄생하게 된다. 특히 용 의원과 이소영 의원 중 누구라도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될 경우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연소 장관 기록도 새로 쓰게 된다. 그간 최연소 장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여성가족부 장관에 오른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당시 43세) 이었다. 또 이번 인선은 한 총리를 포함한 여성 국무위원 역시 현재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고, 최근 청년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내각에 세대적 다양성을 더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기국회에 인사청문회 정국까지…정치적 부담 감수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개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9월 정기국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6명의 장관 후보자를 한꺼번에 지명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은 예산안과 각종 쟁점 법안뿐 아니라 대규모 인사청문회까지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부동산이나 재산, 과거 발언 등 돌발 변수가 불거질 경우 쇄신 효과가 오히려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순차 개각 대신 중폭 개각을 택한 것은 지금은 인사에 따른 정치적 비용보다 국정 분위기를 한 번에 전환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큰일 났어, 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유학생...
이번 인사가 2기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는 행보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그동안 개각 대상으로 함께 거론됐던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외교부 등은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된 뒤 국정과제 추진 상황과 장관 평가를 토대로 후속 개각을 이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실제로 청와대 안팎에서는 애초부터 2기 인사를 한 번에 끝내기보다 국회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돼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