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육아용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사진

한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육아용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사진

AD
원본보기 아이콘

저출생·고령화 대응에 투입되는 중앙정부 예산이 88조원에 달하지만 24개 부처에 분산돼 정책 목표를 일관되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연구개발(R&D)이나 재난안전 예산에는 사전 조정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이보다 규모가 큰 인구정책 예산에는 실질적인 조정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30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김평식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정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영직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은 최근 재정학연구에 실린 '인구정책 예산 사전심의제도 도입의 필요성 및 방안' 논문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2025년 기준 저출생·고령사회 시행계획에 투입된 중앙정부 예산은 88조3000억원으로 정부 총예산의 13%에 달했다. 하지만 4대 추진전략과 20개 대과제 아래 283개 사업이 배치됐고, 24개 행정기관이 참여하는 다부처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88조 인구예산 쪼개 쓰는 24개 부처…컨트롤타워는 없어 원본보기 아이콘

부처별 사업을 분석한 결과 20개 대과제에는 평균 4.3개 부처가 관여했다. 추진전략별로는 적게는 10개, 많게는 15개 부처가 같은 목표 아래 사업을 추진했다. 연구진이 시장 집중도를 측정하는 허핀달-허시먼 지수(HHI)와 엔트로피지수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19개 대과제 가운데 9개는 뚜렷한 주도 부처 없이 여러 부처가 예산을 고르게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후소득보장과 통합돌봄 등 고령화 관련 6개 대과제는 한 부처가 예산 대부분을 담당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구조에서는 개별 사업의 성과와 상위 정책 목표 간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육아휴직 활성화만 해도 급여 지원뿐 아니라 법·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여러 부처가 각각 사업을 추진하면 전체 목표에 대한 기여도와 적정 사업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D

연구진이 제시한 해법은 '인구정책 예산 사전심의제도'다. 각 부처가 예산 요구서를 제출한 뒤 예산 당국이 편성하기 전에 인구정책 총괄기관이 사업을 먼저 심의해 중복 사업을 걸러내고 우선순위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이미 국가 R&D 예산 29조6000억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재난안전 예산 23조8000억원은 행정안전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6조5000억원은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사전 조율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이들 세 분야 예산을 합친 것보다 큰 88조원 규모의 인구정책에는 이 같은 사전 조정 절차가 없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시행계획을 심의하고 정책을 평가하지만, 그 결과를 실제 예산 편성에 반영할 권한은 제한적이다.

한 지자체 데이케어센터에서 어르신이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 지자체 데이케어센터에서 어르신이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원본보기 아이콘

논문은 인구정책 예산 사전심의 대상을 중앙정부의 저출생·고령화·인구구조 대응 사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사업까지 확대하고, 사업 성격에 따라 차등 심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임신·출산·양육 ▲청년·주거 ▲가정친화 ▲노인복지 ▲축소사회 대응 ▲경제활동인구 확충 등 6개 전문가 작업반을 구성하고, 법정 의무지출이나 반복사업은 서면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대신 신규·전략사업은 외부 전문가가 심층 심의하는 방식이다. 특히 심의 결과의 구속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당국이 심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도 국가 재정총량 조정이나 기금·회계 건전성 유지 등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문은 "인구정책은 여러 부처가 참여하고 예산 규모도 커 사업 구조를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자료를 상시 축적·분석하는 전담 지원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