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 호남취재본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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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발생한 장미란씨 실종 사건이 치안 불안으로 번진 데 대해 적극적으로 사태 진화에 나서야 할 위성곤 제주도지사의 "여럿이 다니면 안전하다"는 치안 포기형 발언이 주말 내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거센 조롱거리로 이어지며, 정작 불안감을 달래야 할 수장이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제주를 둘러싼 여론이 극도의 불안감으로 치닫던 시점, 사태 진화의 전면에 서야 할 위 지사는 당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제주권 AX 대전환'을 통한 인공지능 실증도시 구축 등 미래 청사진을 발표하는 데 몰두했다.

타지역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경찰의 치명적 수사 실책을 파헤치고 왜곡된 통계 착시를 바로잡는 시간에, 제주의 최고 행정 책임자는 도민의 생존과 직결된 치안 위기를 외면한 채 부정적 여론을 조기에 잠재울 수 있었던 천금 같은 골든타임을 스스로 날려버린 셈이다.


거센 비판에 쫓긴 제주도는 27일에야 부랴부랴 '제주형 종합안전대책'을 내놓았으나 대책 역시 처방의 핀트가 어긋났다.

공공 CCTV 보존 기간을 30일에서 60일로 늘리고 인공지능(AI) 기반 CCTV를 확대하겠다는 식의 처방은 사태의 본질을 완벽히 비껴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보존 기한이 짧아서가 아니라 관할 경찰이 무려 96일 동안 CCTV 열람조차 하지 않은 수사 시스템의 붕괴에 있다. 기한을 60일로 늘리고 고가의 AI 장비를 확충한들, 현장 실무자가 들여다보지 않는 나태한 행정 체계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무엇보다 도지사의 잇따른 행보와 발언은 사태 수습은커녕 오히려 제주에 대한 치안 불안을 가중하는 최악의 자충수가 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직속 치안 조직인 '제주자치경찰단'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쥐고도 즉각적인 실효 조치 없이 '1인 여행객 위기 대응 매뉴얼' 배포를 대책으로 내세워 빈축을 사고 있는 데다, 위 지사는 발표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치안 불안 우려에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 많으니, 혼자 가지 말고 여럿이 함께 가라"는 황당한 훈계까지 보탰다.


최고 행정 책임자 스스로 제주의 '치안 공백'을 만천하에 자인하고, 범죄 예방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홀로 걷는 개인에게 전가해버린 것이다.


분노한 민심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주도가 최전방 철책이냐, 신병들처럼 2인 1조 '전우조'로 다녀야 하느냐"는 성토로 폭발했다. 위 지사가 강조한 'AX 대전환'에 빗대어 "차라리 AI가 도정을 이끄는 편이 낫겠다"는 뼈아픈 조롱까지 쏟아진다.


특히 이번 실언의 파괴력은 온라인 백과사전까지 덮쳐 대중이 직접 편집하는 유명 위키 사이트의 위성곤 인물 검색란에는 이번 발언이 아예 '여럿이 다니면 안전 논란'이라는 별도의 단독 항목으로 영구 박제될 만큼 그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는 형국이다.


이토록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정작 위 지사는 대책 회의 한 번 열고는 더 이상의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본인의 발언과 부실한 대책이 사태를 키운 핵심 원인이 된 만큼, 늦게나마 도지사 본인이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어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자치경찰단장과 함께 방범 순찰을 하거나 치안 취약 지역을 직접 방문하며 "치안 확보를 위해 행정이 총력을 다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묵직한 행동과 메시지를 즉각 내놓아야 할 때다.


지도자의 언어는 긍정의 언어, 비전의 언어, 격려의 언어여야 한다.


부정적 여론과 공포가 확산할 때 "가용 행정을 총동원해 범죄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본 원칙에만 충실했어도 국민의 염려는 사그라들었을 것이다.


실종 및 변사 사건 수사는 경찰의 몫이지만, 행정은 그 뒷받침과 지원에 전력을 다하며 지역의 안위를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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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은 곧 심리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관광도시 제주가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도지사가 앞장서서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는 것만이 곧 제주 경제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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