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기관 투자자 대상 조사
한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호 투자처 4위
"1인 가구 증가·주거비 부담에 코리빙 수요 ↑"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임대료가 오르는 틈을 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임대시장으로 파고들고 있다. 국내 세입자가 내는 월세가 해외 투자자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떠오른 것이다. 일각에선 기관 자본이 기존 주택을 대거 매집할 경우, 시중 매물이 줄고 임대료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8일 2학기 개강을 앞둔 서울 성균관대 앞 부동산 중개업소에 원룸 월세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2학기 개강을 앞둔 서울 성균관대 앞 부동산 중개업소에 원룸 월세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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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아시아·태평양(APAC) 주거 투자자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아태지역 투자자들이 꼽은 선호 투자처 4위에 올랐다.

1위는 7점 만점에 6.27점을 받은 호주·뉴질랜드다. 이어 2위 일본(5.49점), 3위 싱가포르(4.27점), 5위 홍콩(3.61점), 6위 인도(2.39점), 7위 중국 본토(2.00점) 순이다.


올해 처음 실시된 조사라 과거 수치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조사는 아태 지역 기관투자가, 펀드 운용사, 상장 부동산회사, 주거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기관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거 부문 선호 투자 지역.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거 부문 선호 투자 지역.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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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전환이 투자 여건 만들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과 인구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한국 주거 부문에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서울 월세 거래 건수는 10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며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변화에 인구·주거비 요인이 겹치며 국내외 자본이 투자할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전월세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8월 넷째 주(24일 기준)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새 0.22% 올랐다. 전주 상승률인 0.1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월세도 뛰고 있다. 부동산원 7월 조사에서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2만2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3% 올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50만원을 넘어섰다.


매물은 반대로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만7194건으로 1년 전보다 약 12% 감소했다. 전세도 같은 기간 2만3216건에서 2만256건으로 12%가량 줄었다.


글로벌 큰손 이미 진입…규제에 속도 조절

해외 자본 진입은 이미 시작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 사모펀드가 임대주택 운영사 지분 인수, 건물 용도 전환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서울은 1인 가구 증가와 주거비 부담으로 공유 주거(코리빙) 수요가 아시아에서 가장 두드러진 도시 중 하나로 꼽혔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기관 자본이 한국에 들어올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규모를 키우느냐로 논의가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아태 지역 응답기관 가운데 85%는 향후 5년간 주거 분야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39%는 투자액을 크게 늘리고, 46%는 소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이 밝힌 5년간 예상 투자액은 332억달러다.


기관투자자는 주택을 여러 채 사들여 임대하고, 월세 수익을 출자자 배당과 매각 차익으로 회수한다. 해외 자본이 집주인인 임대주택에서는 취득세·재산세 등 세금을 뺀 임대 수익 상당 부분이 해외 출자자 몫이 된다. 국내 세입자가 내는 월세가 해외 연기금 수익원이 된다.


2021년 3월8일 서울 종로구에서 대학생들이 '월세' '생활비' 등의 문구가 적힌 상자를 짊어진 채 행진하고 있다. 아시아경제DB

2021년 3월8일 서울 종로구에서 대학생들이 '월세' '생활비' 등의 문구가 적힌 상자를 짊어진 채 행진하고 있다.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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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상으로는 기업형 임대주택과 다가구 임대주택이 3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코리빙은 23%, 학생주택은 22%였다. 방 크기를 줄이고 주방, 거실 등 공용 공간을 늘린 공유주거 시설은 임대료가 높은 서울 도심에서 임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쉬운 상품으로 꼽혔다.


진입 방식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는 기업형 임대주택 매물이 부족해 응답 기관 73%는 사무실이나 호텔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34%는 향후 1~3년 가장 유력한 거래 형태로 현지 기업과 손잡는 합작 투자(조인트벤처)를 골랐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강화된 주택 규제가 해외 자본의 국내 임대주택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 묶이면서 신규 주택 매입 때 취득세 부담이 커지고 종합부동산세 혜택도 줄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임대주택 취득·보유 비용이 늘면서 투자 수익성이 낮아졌고,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신규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자본이 국내 임대시장에 발을 빼기보다는 세제 부담을 상쇄할 우량 자산 위주로 선별하는 쪽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선 세금 높이고 임대 관행 제재

기업형 자본이 주택 시장에 대거 진입한 해외에서는 임대료 상승과 꼼수 수수료 등 부작용이 불거졌고 이를 막기 위한 규제까지 나왔다.


독일 베를린은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임대 주택을 대규모로 사들인 뒤 임대료 급등 현상이 나타나며 시민 반발을 샀다. 주거비 상승 논란이 커지자 베를린 의회는 올해 3월 영리 기업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는 기본 틀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2021년 3000가구 이상 보유 기업의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자는 주민투표가 56.4% 찬성으로 가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거대 자본이 주택 매물을 흡수하며 임차인 부담을 키운 상황이 공공 매입 법제화로 이어진 사례다.


미국 최대 단독주택 임대기업 인비테이션 홈스는 주택 매물 광고에 제시한 월세 금액에 별도 의무 수수료를 숨긴 사실이 적발돼 당국 조사를 받았다. 회사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피해 세입자 환급 재원으로 4800만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FTC는 올해 3월 이 재원 중 4720만달러를 피해자 44만여명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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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기관투자자의 주택 대량 매입을 억제하고자 2021년 인지세 제도를 신설했다. 동일 매수자가 12개월 내 주택 10채 이상을 취득하면 10%를 물렸다. 2024년 10월부터 세율은 15%로 올랐다. 단 아파트는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내 월세가 해외 배당으로?…'전세의 월세화' 틈타 몰리는 글로벌 큰손들[부동산AtoZ] 원본보기 아이콘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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