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주축, 러는 북한군 의존
韓 전장 환경 맞춘 맞춤형 전술 필요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가 지난 24일 독립 35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념 열병식에 인간 병사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아 화제가 되고 있다. 하늘에는 공중 무인기(드론)이, 땅에는 육상 드론이, 강에는 해상 드론이 줄지어 행진했다. 병사 없이 드론과 로봇만으로 치러진 세계 최초의 '무인 열병식'이었다. 그동안 SF 영화에서나 그려지던 로봇전쟁의 시대가 실제로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장대 1명없이 드론과 로봇만 나온 세계 최초 무인 열병식

우크라이나 국방부 엑스(X) 계정

우크라이나 국방부 엑스(X)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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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은 일반적으로 국가의 전력을 과시하는 자리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도 사열대에 병사들이 전부 나오고 탱크와 미사일, 장갑차 등 재래식 무기가 총동원되기 마련이다. 북한의 열병식이 대표적이다. 군인들이 한 몸처럼 각을 세워 행진하는 모습은 열병식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번 열병식을 단 한 명의 병사도 없이 추진했고, 이것이 역으로 더 큰 공포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적군인 러시아에 엄청난 무언의 압박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러시아 병사들 가운데 드론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러시아 병사들이 드론을 향해 살려달라며 항복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무인 열병식이 이러한 심리전을 노린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실제로 드론은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확실한 주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쟁 초반 활약한 공중 드론 이외에도, 육상 드론이 러시아군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주된 역할을 해왔다. 주요 방어선에서 육상 드론이 러시아군과 수백 대 1, 수천 대 1로 싸워 이겼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많은 군용 인공지능(AI)·드론·로봇 기업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데이터를 습득하기 위해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론과 로봇의 전투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방어 능력도 놀라운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美 첨단기업들 시험장이 된 우크라 전장…북한군에 의존하는 러시아

TAS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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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전선에서 약 20~40킬로미터 아래에 주로 주둔하고 있고, 실제 전투는 로봇들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상 드론 로봇이 3일 동안 탄약을 모두 소진한 뒤 신호를 보내면 병사들이 가서 탄약을 채워주는 구조다.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이 탄약 보급마저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과 시스템 구축에 나선 상태다.


러시아 역시 굉장히 많은 드론과 전투로봇을 투입하고 있지만 질적 격차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러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드론이나 로봇을 운영할 반도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해 밀수한 반도체만 들여오다 보니 많은 양의 육상 드론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중용 드론도 상당히 저가 제품들, 특히 이란에서 수입했던 샤헤드 드론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북한군이 추가로 8500명 파병된 것으로 알려졌고, 내년까지 5만명 이상을 파병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는 정반대로 계속 북한군을 앞세운 인해전술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서방으로부터 반도체 보급을 계속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양측의 드론 전술에 굉장히 큰 차이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측도 지금은 북한군 파병으로 선봉에서 우크라이나 드론과 싸울 병사들을 대체하고 있지만, 앞으로 북한도 무한정 파병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미군 장갑부대와의 모의전투에서 승리했다는 보도가 나와 상당한 화제가 됐다. 미군은 장갑차까지 동원해 3500명 규모의 병력을 투입했고, 우크라이나는 드론 전문부대만으로 모의전을 벌였는데 순식간에 미군 장갑부대가 전멸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군도 모의훈련을 계속해 나가면서 드론에 대한 파훼법을 익힌 뒤로는 피해가 크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러시아군이 전쟁 초반 겪은 어려움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실히 확인된 셈이다. 이는 전 세계 군 조직 개편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래식 무기 강화에 나섰던 유럽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탄도미사일과 군함, 탱크 등을 늘리려던 계획에서 드론 방어체계 구축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재래식 무기 무장 비용을 고려하면 그 돈으로 드론을 수백만 대 사는 편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드론 생산기술 등을 역으로 지원받아 공장을 지으려 하고 있다. 프랑스도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어, 앞으로 유럽 전역에 드론 공장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럽에서 이미 러시아의 드론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유럽 지역, 특히 폴란드와 발트 3국의 경우 올해 러시아 드론이 자주 국경을 침범해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로 쏜 드론이 잘못 날아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대부분 요격용이 아니라 정찰용이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 지은 이후 드론을 이용해 동유럽 나토 국가들의 안보를 계속 흔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응할 드론부대 창설과 드론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북한 실전 드론기술 확보에 긴장되는 한반도

러시아에 대규모로 파병한 북한군과 대치 중인 우리나라에서도 대(對)드론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습이 계속되자 아예 북한에 드론 공장을 세워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북한은 막대한 양의 드론을 생산해 러시아에 공급할 것으로 보이고, 휴전선 인근에서의 드론 도발도 한층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우크라이나나 유럽과 같은 대평원지대가 아닌,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지형을 고려하면 '드론 만능론'에 빠지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은폐나 엄폐가 가능한 산악지역이 별로 없어 드론 폭격이 굉장히 효율적이지만, 완전한 산악지형인 우리나라에서는 자폭용 드론이 생각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드론 대응책의 대부분은 탱크나 전투차량 위에 그물을 씌우는 방식이다. 그물에 걸리면 드론이 터지지 않고 붙잡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산에 나무와 숲이 많은 지형이라면 드론이 나무에 걸릴 수밖에 없어, 예상보다 위력 발휘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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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주 전력으로 바꾸는 문제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위주로 전력을 편성하면서 사망자가 크게 줄고 방어도 훨씬 용이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러시아군을 점령지에서 밀어내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어 입장에서 드론이 매우 탁월한 무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반격하고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아직 엄청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영토 회복을 위해서는 여전히 재래식 전력과 군인이 있어야 한다는 신중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사안과 실정을 고려해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서 세계 최초 무인 열병식 개최…로봇전쟁 시대 개막[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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