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퇴위는 없다" '유럽 최고령 군주' 노르웨이 국왕 별세
혈액 감염으로 치료 중 사망
1991년부터 35년 간 재위
'유럽 최고령 군주'인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89)가 별세했다.
노르웨이 왕실은 하랄 5세가 오슬로대학병원에서 28일 오전 6시 35분(현지 시각) 서거했다며 "국왕은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전했다.
하랄 5세는 혈액 내 세균 감염으로 지난 17일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오던 중 지난 주말을 기해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다. 노르웨이 왕실은 전날 하랄 5세의 상태가 극도로 위중하다고 밝혔고, 이에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장남 호콘 왕세자, 소냐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이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국왕의 곁을 지켰다.
하랄 5세는 1991년 왕위에 올라 35년간 재위했다. 그는 최근 크고 작은 건강 문제에 시달리면서 공식 활동을 줄였으나, 의회에서 '평생 재위 서약'을 했다며 왕세자에게 왕위를 넘기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하랄 5세는 정치적인 권한은 없지만, 자연재해나 테러 등 국가적 애도 시기에 국민을 직접 만나 위로하는 등 통합적인 행보로 국가의 구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37년 오슬로 근교 아케르스후스에서 태어나 2차 세계 대전 발발 뒤 나치가 노르웨이를 침공하자 1940년부터 스웨덴·미국 등지를 전전하며 피란 생활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1955년 오슬로대에 입학했고 이듬해 노르웨이 육사에 입학해 1959년 졸업했다. 1957년 아버지 올라프 5세가 즉위하자 왕세자에 책봉됐다.
이후 1960년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을 떠나 역사학·경제학·정치학을 공부했으며 이 시절 조정 선수로 활약하며 재능을 보여 1964년 도쿄, 1968년 멕시코시티, 1972년 뮌헨 하계 올림픽에 노르웨이 요트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하랄 5세는 1968년 평민 출신인 소냐 하랄센과 9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당시 아버지 등 왕실은 모두 이 결혼에 반대했지만 "소냐와 결혼하지 못한다면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고 맞서 군주제가 끝날 것을 우려한 아버지가 결혼을 허락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1991년 올라프 5세가 별세하자 국왕에 즉위했고 이후 왕실 현대화 사업을 이끌었다. 오슬로 왕궁 등을 대중에 전면 개방해 '친근한 왕실' 이미지를 높였다. 1992년 폭풍우 사태, 2011년 연쇄 테러, 2020년 예르드룸 산사태,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위기 때마다 국가의 단결을 강조했다. 2016년 즉위 25주년 연설 때는 "이주민과 성소수자도 모두 노르웨이 국민"이라며 강력한 사회 통합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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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심장 수술 후 아들 호콘 왕세자가 섭정직을 수행했지만, 왕위는 '평생 재위'를 서약한 것이라며 "내 사전에 퇴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22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별세하면서 유럽 최고령 군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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