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거래 채권단 "공익채권인데 변제 너무 늦어"
홈플러스 "3년 내 100% 변제…파산 땐 피해 더 커"
동의율 58.1%…9월2일 관계인집회 첫 관문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관계인집회가 다음 달 2일 열리는 가운데 5000억원이 넘는 미지급 납품대금이 회생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홈플러스는 3년 내 공익채권 전액 변제를 약속하며 동의를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 변제 재원이 향후 영업 정상화와 자산 매각, 추가 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나온다.


29일 홈플러스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개인·기관 공익채권자 9571곳이 분할상환에 동의했다. 전체 동의율은 58.1%다. 상품공급 채권자는 62.4%, 임직원은 87.2%가 동의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홈플러스에 공익채권자들의 분할상환 동의를 받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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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납품업체 "밀린 물품대금 변제안 수용 못해"

최대 변수는 납품업체다. 홈플러스 상거래 공익채권단 협의회는 지난 24일 서울회생법원에 물품대금 변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2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쟁점은 채권별 변제 속도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미지급 물품대금에 해당하는 상거래 공익채권은 5032억원이지만 2028년까지 변제되는 금액은 전체의 0.5%인 약 25억원에 그친다. 반면 633억원 규모의 급여·퇴직금 채권은 2027년 2월까지 69%, 2028년 2월까지 전액 변제된다.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신탁담보채권도 대부분 2028년 2월까지 상환 절차를 밟는다.

협의회는 임금과 담보채권을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물품대금 역시 공익채권인 만큼 변제 과정에서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납품업체는 대금 회수가 수년간 지연되면 운전자금 부족과 연쇄적인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협의회 측은 "연쇄 부도 위기에 몰린 중소 납품업체들의 공익채권 역시 수시로 변제돼야 한다"며 "2028년까지 0.5%만 변제하는 방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내달 2일 '운명의 관계인집회'…홈플러스 운명 달린 5000억 납품대금 원본보기 아이콘

홈플러스는 담보채권과 상거래 공익채권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신탁담보가 설정된 부동산을 매각하면 매각대금을 담보대출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해 회사가 임의로 납품업체 변제에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 회생채권은 6~10년에 걸쳐 변제하는 반면 상품대금 등 공익채권은 3년 내 100% 변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홈플러스 순차적 회생계획 성공해야 변제가능

문제는 '3년 내 전액 변제'를 가능하게 할 재원이 아직 확보된 자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은 자산 매각과 영업 정상화, 이를 토대로 한 대규모 추가 차입이 순차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폐점한 37개 점포 가운데 자가점포 19곳을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메리츠금융그룹의 신탁담보채권을 전액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담보권이 해제된 영업점 가운데 자가점포 38곳을 다시 담보로 잡아 추가 대출을 일으켜 공익채권 등의 변제 재원으로 활용한다. 38개 점포의 감정평가액은 약 2조8000억원으로, 2030년 필요한 추가 담보대출은 약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37년에는 일반 회생채권 등의 상환을 위해 담보대출 규모를 9000억원대로 확대하는 방안도 계획에 담겼다.


결국 점포 매각과 영업 정상화, 담보가치 유지, 금융권의 추가 대출이 모두 계획대로 이뤄져야 채권 변제가 가능한 구조다. 19개 점포 매각이 늦어지거나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면 기존 담보권 해제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후에도 금융기관이 38개 점포를 담보로 수천억원을 빌려줘야 한다. 향후 금리와 부동산 가치, 홈플러스의 영업실적에 따라 차입 규모와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적 악화시 변제 불투명

대규모 차입을 뒷받침할 영업실적 역시 회사의 전망에 의존한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을 바탕으로 영업을 정상화해 2030년 연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이익 1628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실적이 목표에 미달하거나 상품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를 전제로 한 별도의 변제 대책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매출 반등도 지속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67개 점포의 영업을 재개한 뒤 닷새간 4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 중단 직전보다 191% 증가했고 일평균 매출도 30억원에서 87억원으로 뛰었다. 다만 재개장과 할인행사 효과가 잦아든 데다 납품대금 문제로 일부 상품 공급이 제한되면서 최근 매출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2일 '운명의 관계인집회'…홈플러스 운명 달린 5000억 납품대금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은 납품업체의 협조와 납품대금 변제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납품업체가 대금 회수를 기다리면서 상품 공급을 지속해야 홈플러스가 매출을 회복할 수 있고, 그래야 자산 매각과 추가 차입을 통해 납품업체에 돈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급 축소→상품 구색 악화→고객 이탈→매출 감소→자금조달 차질로 이어질 경우 회생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추석 대목은 영업 정상화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다. 회생계획 인가 이후 잔존사업부 M&A를 추진하려면 최근 매출 반등이 일시적인 '오픈 효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영업력이라는 점도 잠재적 인수자와 금융기관에 보여줘야 한다.


첫 분수령은 다음 달 2일 관계인집회다.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은 9월4일이다. 그러나 인가 이후에도 상품 공급 정상화와 매출 회복, 19개 점포 매각, 기존 담보권 해소, 38개 점포를 활용한 신규 자금조달과 M&A가 차례로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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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5000억원대 상거래 공익채권이 중요한 것은 납품업체가 채권자인 동시에 홈플러스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공급자이기 때문"이라며 "계획대로 되면 채권을 갚을 수 있다는 설명을 넘어 매각이나 영업 정상화, 추가 차입이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변제할 것인지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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