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제청 거부' 청와대가 꼬집은 '3가지' 문제점…이승만 이후 처음
靑,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제재청 요구"
靑, '협의 없는 제청·추천절차 흔들기·대법원 다양성' 문제
"협의 없는 일방 통보…인사절차 신뢰도 훼손"
"대법원 다양성, 국민적 요구 부합하지 않아"
"제청권은 올바른 임명권 뒷받침하는 권한"
기존 후보 재제청이냐, 원점 재검토냐
청와대가 28일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새 국면에 들어갔다. 지난 18일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합의하지 않은 채 손 후보자를 서면 제청한 지 열흘만으로 대통령이 사법부의 임명 제청을 거부한 것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7년 12월 법관회의가 제청한 김동현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이후 약 69년 만이다.
청와대가 이날 지목한 손 후보자 제청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실질적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 제청, 후보추천 절차의 공정성 논란,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인선의 '절차'를 앞세웠지만 대법원의 인사 운영과 손 후보자 제청의 '내용'까지 문제 삼은 셈이다.
7개월 지나서야 '서면 제청'…靑 "협의 없는 일방 통보"
청와대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대목은 사전 협의의 부재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국회에는 동의권을, 대통령에게는 임명권을 각각 나눠놓은 구조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임명권을 보완하는 권한이라고 해석했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특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사전에 만나 조율한 뒤 제청해온 관행에 헌법적 의미를 부여했다. 단순한 의전이나 편의가 아니라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것을 막는 일종의 안전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전판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판단했다. 실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 4명이 지난 1월 21일 추천됐지만 조 대법원장은 7개월 가까이 제청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8일 청와대와 최종적인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손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사법부가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사전 협의)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추천 후보들에게 다시 연락…"인사 절차 신뢰 훼손"
청와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 이후 벌어진 절차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 제청 이전 법원행정처가 이미 후보추천위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추천하도록 하고, 대법원장은 후보자를 제청할 때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판단의 핵심은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천받은 후보들이 있는데도 이들에게 다시 후보 추천 절차를 밟을 의사가 있는지 묻는 것은 기존 추천 결과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데 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를 두고 "이미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후보자 개인에게 타진한 것"이라며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다양성 부합하나?"…손봉기 '인선 내용'도 문제 제기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19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청와대는 절차적 문제를 넘어 시민과 법조계가 오랜 기간 제기해 온 대법원 구성 다양화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손 후보자 인선 내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오랜 기간 시민들과 법조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요구이며 이는 최고법원이 우리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이라는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손 후보자에 대한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실질적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사돼야 하는 권한"이라며 "재제청 요청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한하라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상호 견제의 한 방식으로서 제청이 각 기관에 대한 존중의 토대 뒤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시 조희대의 시간…기존 추천 3명 중 다시 고를까, 추천위 새로 꾸릴까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재제청을 요구함에 따라 공은 다시 조 대법원장에게 넘어갔다. 가장 신속한 방법은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한 후보 가운데 손 후보자를 제외한 인물을 다시 제청하는 방식이다. 당시 추천된 4명은 손 후보자를 비롯해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다. 이 경우 청와대와 다시 후보를 협의한 뒤 접점을 찾으면 인선 절차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재개할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리고 천거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법원조직법은 추천위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산된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어 추천 절차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밟는 방안이 거론된다.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을 당시에도 대법원은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후임 인선을 진행한 전례가 있다. 당시 새 후보 추천까지 약 한 달 반이 걸렸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표현만 놓고 보면 새로운 추천 절차에 장기간을 쓰기보다 기존 추천 결과를 토대로 신속하게 새 후보를 제청하라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읽힌다.
한편 청와대의 이번 결정으로 갈등이 길어질 경우 피해는 대법관 공석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노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퇴임해 이미 5개월 넘게 자리가 비어 있다. 다만 청와대가 이흥구 대법관 후임인 김성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두 자리의 동시 공석 가능성은 일단 줄어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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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이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과 본회의 동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임명동의안 제출일부터 20일 안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대법관 임명동의안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국회 동의를 얻으면 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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