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ON] 배터리 속 '스프링클러'…삼성SDI, 열폭주 셀 직접 식힌다
열폭주 셀에 냉각수·소화액 집중 공급
인접 셀로 번지는 연쇄 열확산 차단
ESS·AI 데이터센터 확대에 안전기술 강화
배터리 셀에서 열폭주가 발생해 뜨거운 가스가 뿜어져 나오면 바로 위 냉각수 파이프가 터진다. 쏟아진 냉각수는 문제가 생긴 셀과 주변 셀까지 식힌다. 배터리 내부에 일종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셈이다.
삼성SDI가 이처럼 열폭주가 발생한 셀을 직접 냉각해 화재 확산을 막는 안전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를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화재를 얼마나 빠르게 차단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29일 미국 특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삼성SDI가 출원한 배터리 화재 안전 관련 특허 2건이 27일 미국에서 공개됐다. 공개번호는 US20260253992와 US20260254077이다.
첫 번째 특허인 '배터리 시스템 및 이를 포함하는 차량(Battery System and Vehicle Including the Battery System)'은 열폭주 때 발생하는 고온 가스를 냉각장치를 작동시키는 데 활용한다.
배터리 셀에는 열폭주 때 내부의 고온·고압 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가스 배출구가 있다. 삼성SDI는 여러 셀의 가스 배출구를 따라 냉각수 등이 흐르는 파이프를 배치했다.
특정 셀에서 열폭주가 발생하면 가스 배출구에서 분출된 고온 가스가 파이프를 파열시키고 내부 액체가 해당 셀 주변으로 쏟아진다. 특히 가스 배출구와 마주 보는 파이프 부분을 주변보다 얇게 만들어 문제가 생긴 셀 위에서 먼저 터지도록 했다. 평상시 배터리 온도를 낮추는 기존 냉각수를 활용하는 구조도 포함됐다.
방출된 액체는 셀 사이까지 스며든다. 셀 사이에 설치되는 완충재가 액체를 흡수해 열폭주 셀과 인접 셀을 함께 식히는 방식이다. 한 셀에서 시작된 열이 주변 셀로 번지는 것을 막거나 늦추는 게 핵심이다.
같은 날 공개된 '배터리 모듈(Battery Module)' 특허는 별도의 소화액 통로를 만드는 방식이다.
여러 배터리 셀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연결부를 고정하는 구조물 내부에 소화액 통로를 두고 각 셀을 향하는 구멍을 배치한다. 특정 셀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해당 셀과 주변에 소화액을 집중 공급한다. 물뿐 아니라 열을 흡수하거나 산소를 차단하는 소화물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삼성SDI는 실제 배터리 모듈에서 특정 셀에 열폭주를 유도한 뒤 소화액을 투입해 인접 셀의 온도 변화를 측정하는 열전파 시험도 진행했다.
두 기술의 작동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열폭주가 시작된 셀을 직접 겨냥해 셀에서 인접 셀, 모듈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열 확산을 초기에 끊는 것이다.
ESS·AI 데이터센터 커지자 안전성도 '수주 경쟁력'
삼성SDI가 화재 안전기술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배터리 시장의 변화가 있다.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ESS와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배터리백업유닛(BBU)이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SDI도 이들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달 11일 제너럴모터스(GM)가 보유했던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배터리 합작법인 지분 49.99%를 인수해 북미 첫 단독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이 공장은 시장 수요에 맞춰 ESS용 배터리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사업도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고출력 UPS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에는 UPS·BBU와 전력용 ESS 등 AI 데이터센터 관련 제품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하반기에도 UPS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ESS와 데이터센터는 많은 배터리 셀과 모듈을 한 공간에 설치하는 만큼 화재 확산 방지 성능이 특히 중요하다. 한 셀의 열폭주가 주변 셀과 모듈, 배터리 보관 장치로 이어지면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 7월 글로벌 안전인증기관 UL 솔루션즈의 UPS용 배터리 대규모 화재시험에서도 화재 확산 방지 성능을 검증했다. 배터리 모듈을 강제로 열폭주시킨 시험에서 불이 인접한 배터리 보관 장치로 번지지 않았고 건물 상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체 진화됐다.
삼성SDI는 기존 제품에도 단열 구조와 소화장치 등 열 확산 방지기술을 적용해왔다. 여기에 열폭주 때 냉각수를 자동 방출하거나 이상 셀에 소화액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까지 더하며 안전기술을 다층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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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중심이던 배터리 시장이 ESS와 AI 데이터센터로 넓어지면서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에너지밀도와 출력, 가격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 셀의 열폭주를 얼마나 빠르게 가두고 주변으로의 확산을 막느냐가 배터리 수주를 좌우하는 새로운 경쟁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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