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캐릭터 상품 시장 역대 최대
캐릭터 광고 기용은 계속 감소
한국도 자체 캐릭터로 눈 돌려

캐릭터의 소비와 광고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생활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시장을 키우면서도 전면에 나서는 일은 오히려 줄어든다.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엇갈림이다.


불닭볶음면 마스코트 '호치'

불닭볶음면 마스코트 '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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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일본 캐릭터산업 동향 : 생활 인프라가 된 캐릭터'에 따르면 이런 흐름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지난해 일본 캐릭터 상품 소매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성장한 1조7400억 엔이다. 반면 캐릭터 기용 TV 광고는 2356건, 판촉 기용은 944건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일본 전체 광고비가 8조623억 엔으로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비된다.

시장을 밀어 올린 힘은 좋아하는 대상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며 시간과 돈을 쓰는 활동인 '오시카츠(推し活)'다. 오타쿠 문화를 넘어 일본 중앙은행이 공식 경제보고서에서 언급할 만큼 일반화됐다. Z세대가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 집 안에 머물던 오시카츠를 여행과 외식 같은 외출 소비로 확장하고, 즐기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보여주기 소비를 퍼뜨렸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 소비가 번지고, 엔화 약세로 방일 관광객까지 돌아오면서 코로나19 뒤 5년 연속 전년 실적을 웃도는 성장이 이어졌다.


오시카츠 저변이 넓어지면서 시장을 채우는 캐릭터의 구성도 다양해졌다. 스테디셀러인 산리오 곁으로 비즈·자수 같은 수공예 굿즈와 개인 작가·SNS발 캐릭터가 들어서면서 의류·문구 시장에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특히 개인 창작자가 키운 캐릭터들이 선전해, 상위 100위 캐릭터 중 '오리지널' 부문은 전년 대비 17.6% 성장했다.

짱구 팝업스토어 현장.

짱구 팝업스토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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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 속에 캐릭터가 담당하는 역할은 '소유'에서 '기능'으로 옮겨졌다. 이전까지 캐릭터 상품은 주로 가지고 다니거나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지난해부터는 수납·향기·위생·수면·요리 등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기능을 부여받는다. 캐릭터 세계관을 향기로 표현한 입욕제와 핸드크림이 대표적인 예다. 수납 케이스와 타월, 머그컵 등을 동일 캐릭터로 통일하는 '세계관 단위 구매'도 확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승미 콘진원 경영기획부 리서치팀 팀장은 "캐릭터가 실용품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기능하면서, 주요 구매 동기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 시장에서의 풍경은 이와 딴판이다. 전체 CM 중 캐릭터를 기용한 비율은 2021년 17.0%에서 지난해 13.4%까지 떨어졌다. 2023년 1036건이던 판촉 기용 건수도 2년 연속 줄며 지난해 944건에 그쳤다. 시장 전체를 이끌 메가 히트 캐릭터의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포켓몬스터'와 '호빵맨'이 나란히 5년 연속 1·2위를 지킬 만큼 순위는 안정적이지만, 광고주의 이목을 끌 새로운 대형 히트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활용법은 훨씬 정교해졌다. 원작 명장면을 재현하기보다 캐릭터의 성격과 세계관을 상품에 가볍게 녹이는 '라이트 콜라보형'이 주류로 떠올랐고, 특정 대형 지식재산(IP)에 기대는 대신 브랜드 자체 캐릭터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세계관을 장기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롯데홈쇼핑 마스코트 벨리곰.

롯데홈쇼핑 마스코트 벨리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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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감지되는 흐름이다. 특정 IP 대신 자체 캐릭터를 앞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15m 높이의 조형물로 만든 자체 캐릭터 '벨리곰'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 세워 화제를 모았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광고 모델로 자체 캐릭터 '호치'를 내세우고 있다. 배경에는 비용과 리스크 관리가 있다. 외부 IP를 빌려 쓸 때 발생하는 로열티 부담과, 특정 캐릭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이 옅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체 캐릭터 육성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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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이렇게 확보한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김 팀장은 "광고주가 인기 IP를 빌려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행동 순간에, 어떤 캐릭터가, 어떤 가치를 보조할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SNS 팬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참여형 캠페인이나 한정 보이스 제공처럼 팬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창조형'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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