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 호남취재본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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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제주 실종 사망 사건 국면에서 정작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위성곤 제주도정과 지역 정치권이 수일간 침묵과 늑장 대응에 머문 반면 타지역 국회의원이 초동 수사의 치명적 실책인 CCTV 영상 삭제를 밝혀내고 왜곡된 치안 통계 착시까지 선제적으로 바로잡는 촌극이 벌어지며 견제와 경쟁을 상실한 제주 정치권의 무기력과 안일함이 도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부르고 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이번 실종 사망 사건의 처리 과정은 아쉬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실종 사건이 결재 라인의 엄격한 관리 없이 실무자 임의대로 종결 처리될 수 있었고, 상부 기관의 지휘와 감독도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경찰 수사 시스템의 총체적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초기 수사의 가장 결정적인 단서였던 제주시 한림읍 일대 방범용 CCTV 118대의 영상이 경찰의 늑장 열람 요구 탓에 보존 기한 30일을 넘겨 전량 자동 삭제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국회 자료 요구를 통해 가장 먼저 파헤친 인물은 제주와 연고가 없는 타 지역구의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었다.

제주 지역구 문대림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수사 시스템의 문제를 원론적으로 질타하기는 했으나, 초동 수사의 가장 뼈아픈 아킬레스건을 구체적 팩트로 들춰낸 것은 결국 외지 의원이었다.


더욱 도민을 허탈하게 만든 대목은 부실 초동 수사의 지휘 책임 선상에 있는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사건의 전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직전 경찰 서열 2위인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됐다는 점이다.


부실 수사 논란에 유명 방송인의 치안 불안 발언까지 겹치며 제주는 '범죄율 전국 1위의 위험한 섬'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에 갇혔고, 지역 관광업계의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때도 가장 먼저 진화에 나선 것은 이방인이었다. 한 의원은 체류 관광객이 분모에서 제외된 통계 산출 방식의 한계를 짚으며 제주의 치안이 절대 취약하지 않다는 점을 선제적으로 설명했다.


반면 도민의 억울한 죽음과 지역 사회의 신인도 추락 앞에서 위성곤 제주도지사와 김한규·김성범 등 지역 정치권은 뼈아픈 시차를 드러냈다.


연쇄 실종 괴담으로 도민과 자영업자들이 속을 태우는 수일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들은, 타지 의원이 수사 구멍을 밝혀내고 지역 치안의 명예까지 변호해 준 직후인 27일에야 비로소 유관기관 대책 회의를 소집하고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성난 민심에 떠밀려 뒤늦게 내놓은 대책 역시 근본적인 치안 공백 해소보다는 여론 악화를 모면하려는 전형적인 '뒷북 수습'이자 면피용 행보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 정치인들이 도민의 안전과 위기에 이토록 둔감하고 굼뜨게 반응한 배경에는 견제와 균형을 상실한 '정치 독점' 지형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제주는 도지사를 비롯해 국회 3석, 도의회 다수당까지 특정 정당이 오랜 기간 독식해 온 무풍지대다.


치열한 경쟁 구도가 사라진 텃밭에서 유권자의 눈치를 보며 민생의 위기를 남보다 먼저 포착하려는 정치적 절박함과 긴장감은 사라졌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 유족의 한을 풀고 제주 치안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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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들은 위기의 순간 곁에 없었던 지역 정치인들의 무기력한 민낯을 똑똑히 목도했다. 경쟁하지 않는 정치는 고인 물이 되어 민생을 병들게 한다. 제주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뼈저리게 자성하고 도민 앞에 책임 있는 자세로 응답해야 한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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