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등 복합대사질환 겨냥 'RNA 치료제' 전달 기술 개발
고지혈증 등 복합대사질환을 겨냥한 리보핵산(Ribonucleic Acid·RNA) 치료제 전달 원천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존 지질나노입자의 한계로 인식되던 '낮은 RNA 탑재량'과 '짧은 약효 지속시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종범 서울시립대 교수 연구팀이 스스로 조립되는 RNA 코어에 세포막 융합성 지질을 덧입혀 많은 양의 '짧은 간섭 RNA(siRNA)'를 세포질로 직접 전달, 여러 표적 유전자를 지속해 억제하는 '융합성 RNA 나노모듈(L-CRAM)'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siRNA는 표적 메신저 RNA와 결합해 특정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20여개의 염기로 이뤄진 짧은 RNA를 말한다. 질병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해 차세대 치료제로도 꼽힌다. 다만 쉽게 분해되고,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려워 전달체가 필수적인 점은 부담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지질나노입자는 siRNA 탑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탑재할 RNA 양이 제한적인데다 세포 안으로 침투했을 때 엔도솜(Endosome)에 갇히거나 일시에 방출돼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지는 한계를 보인다. 엔도솜은 세포가 외부 물질을 안으로 들일 때 형성되는 막 주머니로, 전달된 핵산이 이곳에 갇히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iRNA 서열이 촘촘하게 들어선 '다공성 코어 RNA 나노모듈(CRAM)'을 만들고, 표면에 세포막과 융합할 지질층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L-CRAM을 제작했다.
L-CRAM은 지질나노입자보다 탑재량이 많고, 세포막과의 융합으로 RNA 코어를 세포질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세포질의 절단효소가 RNA 코어를 점진적으로 절단해 siRNA를 지속해서 생성·방출하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한다.
세포 실험에서 아포지단백 C-III(Apolipoprotein C-III·APOC3, 혈중 중성지방의 분해·제거를 방해하는 단백질)를 표적으로 하는 L-CRAM은 간세포에서 70%가량의 유전자 억제를 유도해 최대 7일까지 효과를 유지했다. L-CRAM이 혈중 중성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APOC3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RNA 치료제 전달 플랫폼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모듈 서열을 변경해 PCSK9, ANGPTL3, APOC3을 단독 또는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 표적화 성능도 입증됐다. PCSK9과 ANGPTL3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생쥐 모델 실험에서는 정맥 투여한 L-CRAM이 간으로 전달돼 APOC3 발현을 억제하고, 혈중 중성지방과 지단백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 추적 결과 중성지방 감소 효과는 4주까지 유지됐다.
이 교수는 "L-CRAM은 적은 수의 입자로 많은 siRNA를 전달해 하나의 입자에서 여러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덕분에 복합 대사질환과 암·염증성 질환의 장기 지속형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향후 고지혈증 질환 모델에서의 치료 효능과 반복 투여에 따른 장기 안전성·면역 반응을 검증하고, 대량생산 공정을 확립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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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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