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가면 사망해도 모른다"…줄줄 새는 국민연금, 외국인 수급자 '깜깜이'
국민연금의 외국인 추후납부와 부양가족연금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외국인 수급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수급권 변동을 제때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부정수급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해외에 체류 중인 외국인을 상대로 연금을 환수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국민연금 사후관리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내국인 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1년에 한 차례 수급권 변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구멍 난 국민연금 ② 출국후 실태 파악 실효성 낮아
앱 사용 거의 없고 이메일·팩스로 서류 제출하면 그만
소득 확인 안돼 '고소득 감액'은 내국인에게만 적용
내부 관계자 "부정수급 적발해도 환수할 방법 없어"
"중국으로 출국하면 사망해도 즉시 파악하기 어렵다. 부정수급을 적발해도 환수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게 현실이다."
국민연금의 외국인 추후납부와 부양가족연금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외국인 수급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수급권 변동을 제때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가 사망하거나 이혼하는 등 수급 요건에 변화가 생겨도 공단이 즉시 확인할 행정망이 없어 부정수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부정수급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해외에 체류 중인 외국인을 상대로 연금을 환수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국민연금 사후관리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 1회 서류 확인…외국인 수급자는 '깜깜이'
2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내국인 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1년에 한 차례 수급권 변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수급자의 생존 여부와 함께 부양가족연금 지급 요건에 영향을 미치는 이혼·별거 등의 변동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하지만 현행 확인 절차만으로는 해외 수급자의 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급자는 비대면 국민연금 수급권 확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생체인증을 하거나 이메일·팩스 등을 통해 입증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공단 관계자는 외국인 수급자의 경우 비대면 앱 이용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전했다. 더욱이 여권·운전면허증·본국 발행 신분증 사본 등 신분 확인 서류와 3개월 이내 발급된 거주 확인 서류도 가족이 대리 제출하기 쉬운 구조다. 부양가족연금 대상자 역시 거주 확인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결국 수급자 본인이나 가족이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다음 확인 시점까지 최장 1년 가까이 사망이나 이혼 등 변동 상황을 걸러낼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공단 관계자는 "국내 거주자는 사망 시 행정정보망 연계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지만 해외 거주자는 국가마다 행정체계가 달라 사망이나 이혼 사실이 국내로 통보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사망한 수급자 명의로 노령연금이나 부양가족연금이 계속 지급되거나 유족연금 전환이 늦어지는 등 부정수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소득은 확인되는데…해외 소득은 '관리 사각'
소득에 따른 연금 감액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해외 수급자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노령연금 수급자는 지급개시연령 도달 후 5년 동안 근로·사업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소득 수준에 따라 연금액이 감액될 수 있다. 국내 거주자는 국세청 과세자료가 연계돼 소득 발생 여부와 감액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외국인 수급자가 연금을 받으면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해외에서 발생한 근로·사업소득을 공단이 정기적으로 확인할 행정 채널이 제한적이다. 해외에서 소득이 발생해 감액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파악하고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단독] "중국 가면 사망해도 모른다"…줄줄 새는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상임위 유관기관에 대한 2025년 회계연도 결산안이 처리된 뒤 정부 측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부정수급 적발해도 환수 난항…복지부 제도 개선 검토
사후에 부정수급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신고 지연이나 거짓 신고 등으로 부정하게 연금을 받은 경우 지급액에 이자를 가산해 환수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급자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이라면 실제 환수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국내 거주자처럼 재산이나 소득을 추적하거나 강제징수 절차를 진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 가입자와 수급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외 수급자에 대한 허술한 관리와 환수 체계가 국민연금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외 거주자들에게 급여가 부적절하게 지급되는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급여제도 및 사후관리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향후 관련 법령·지침 정비 등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