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배아 이식과 자연 임신 동시에
법원 "쌍둥이지만 법적으로 형제자매 아냐"
호주에서 대리모로 다른 부부의 아이를 밴 여성이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아이까지 자연 임신하면서, 부모가 완전히 다른 두 아이를 같은 날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두 아이는 약 7개월 동안 같은 자궁에서 함께 자라고 같은 날 태어나 사실상 '쌍둥이'처럼 임신·출산 과정을 함께했지만, 유전적으로는 형제자매가 아니다. 호주 법원 역시 이례적인 상황을 고려해 두 아이를 대리모법상 형제자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호주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다.
호주에서 대리모로 다른 부부의 아이를 밴 여성이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아이까지 자연 임신하면서, 부모가 완전히 다른 두 아이를 같은 날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호주 ABC 등에 따르면, 퀸즐랜드에 사는 여성 DZ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20대 부부 BNJ·DRJ를 위해 대리모가 되기로 했다. BNJ는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는 의학적 사정으로 직접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었다. 이에 부부는 DZ 부부와 비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을 맺었다.
DZ는 지난해 4월께 체외수정(IVF)을 통해 BNJ의 난자와 DRJ의 정자로 만들어진 배아를 자신의 자궁에 이식받았다. 그런데 약 2주 뒤 실시한 초음파 검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포착됐다. 자궁 안에 태아가 하나가 아닌 둘이 있었다. 처음에는 배아가 둘로 나뉘어 쌍둥이가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이후 유전자 검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여자아이는 대리모를 의뢰한 BNJ·DRJ 부부의 생물학적 자녀였다. 하지만 남자아이는 DZ와 그의 남편 FZ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친자녀였다. 배아 이식이 이뤄진 시기와 비슷한 때 DZ 부부 사이에서도 자연 수정이 이뤄지면서 유전적으로 아무런 형제 관계가 없는 두 태아가 한 자궁에서 동시에 성장하게 된 것이다. 두 아이는 지난해 11월 같은 날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왔다. 출산 뒤 양측 부모 사이에서 친자 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대리모를 의뢰한 부부가, 남자아이는 DZ 부부가 각각 양육해왔다.
호주 법원도 처음 맞닥뜨린 '두 가족 쌍둥이'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법이었다. 퀸즐랜드 대리모법 24조는 한 번의 임신으로 여러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이들 가운데 한 아이에 대해서만 별도로 친자 확인 명령을 내리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법에는 '출생 형제자매'를 '같은 임신의 결과로 태어난 형제 또는 자매'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대리모가 쌍둥이를 낳았다면 한 아이만 의뢰 부모의 자녀로 보내고 다른 아이는 대리모의 자녀로 남기는 식으로 법적 부모를 나눌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일이 가능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일반적인 쌍둥이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통 이란성 쌍둥이는 한 번의 배란 주기에 나온 두 난자가 각각 수정돼 만들어진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문제는 이번 두 아이가 일반적인 쌍둥이와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같은 자궁에서 동시에 자라 같은 날 태어났지만, 여자아이는 대리모 계약에 따라 이식된 배아에서 생겼고, 남자아이는 DZ 부부가 자연적으로 임신한 아이였다. 퀸즐랜드 아동법원의 조디 우드리지 판사는 결국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두 아이를 임신·출산 과정에서는 함께 자란 '임신 중 쌍둥이(gestational twins)'로 볼 수 있지만 대리모법에서 말하는 '출생 형제자매(birth siblings)'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여자아이의 법적 부모를 BNJ·DRJ 부부로 이전하는 친자 확인 명령도 허용됐다.
임신했는데 또 임신? 극히 드문 '중복 임신'
이번 일이 가능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일반적인 쌍둥이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통 이란성 쌍둥이는 한 번의 배란 주기에 나온 두 난자가 각각 수정돼 만들어진다. 반면 이미 임신이 시작된 뒤 새로운 배란과 수정·착상이 이뤄지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중복 임신(superfetation)'이라 부른다.
다만 이번 호주 사례의 경우 자연 수정이 배아 이식 전후 정확히 언제 일어났는지가 공개되지 않아 의학적으로 중복 임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임신이 시작되면 호르몬 변화로 배란이 억제되고 자궁경부와 자궁내막 역시 새로운 수정과 착상이 어렵게 변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 자체가 극히 드물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도 사람에게서 확인된 중복 임신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보고된 사례 상당수는 IVF 등 보조생식술과 관련돼 있다.
미국에서도 이번 호주 사건과 비슷한 사례도 이미 있었다. 앞서 지난 20216년 캘리포니아에 살던 제시카 앨런은 중국인 부부를 위해 대리모가 돼 이들 부부의 배아를 이식받았다. 임신 약 6주 뒤 초음파에서 두 번째 태아가 발견됐고 의료진과 가족들은 처음에 하나의 배아가 둘로 나뉜 일란성 쌍둥이라고 생각했다. 앨런은 같은 해 12월 두 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만원 내면 욕먹어"…결혼식 축의금 '미혼 13만...
그러나 출산 뒤 두 아기의 외모가 크게 다른 점이 발견됐고 DNA 검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한 아이는 중국인 의뢰 부부의 친자였지만 다른 아이는 앨런과 남편 워델 재스퍼의 친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사례와 달리 당시에는 법적 부모 관계까지 이미 의뢰 부부 쪽으로 처리된 상태여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앨런 부부는 자신들의 친아들을 되찾기 위해 법률 대리인을 선임해 절차를 밟았고, 아이가 태어난 지 약 두 달이 지난 이듬해 2월에야 아들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