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호→아메리카호…美·加 갈등 400년 넘은 호수 이름도 바꿔
검토 발언 이틀만에 행정명령
미국 지질조사국 전자문서 반영
뉴욕주 정치권 "터무니없다" 반발
캐나다, 대미 강경대응 초당적 결집
트럼프, "이제 필요한 건 바다"
대서양·태평양 추가 변경 도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이루는 '온타리오호(Lake Ontario)'를 '아메리카호(Lake America)'로 바꾸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발적 발언이 실제 행정명령으로 이어졌다. 양국의 무역전쟁이 400년 넘게 사용된 호수 지명까지 바꾼 셈이다. 작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양국 간 감정의 골도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행정명령 서명식서 캐나다 "못된 사람들"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바꾸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캐나다 관료들은 우리를 아주 나쁘게 대했다. 못된 사람들"이라며 캐나다가 미국을 등쳐먹고 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수 개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온타리오호의 가장 깊은 지점이 미국 영토에 있어 호수 수량 대부분에 대한 권리가 미국에 있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온타리오호를 포함해 오대호를 보호하는 데 미국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온타리오호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미국 뉴욕주 경계에 위치한 호수로 북미 지역 5대호 중 가장 동쪽에 있다. 오랫동안 미국과 캐나다 양국의 국경 역할을 해왔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미 내무부는 미국의 지명체계에서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꿔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 지질조사국(USGS) 전자문서에도 변경된 지명이 반영됐다며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관련 문서를 직접 공개했다. 다만 캐나다에도 아메리카호로 부르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몇 시간 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나 온타리오호로 불릴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또 캐나다 연방의 탄생이나 미국의 독립선언보다 오래된 "400년 이상 된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의 무역관계와 외교정책, 국가기념물, 지명도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타리오호와 맞닿은 뉴욕주를 비롯해 미국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주의 캐시 호컬 주지사는 "개명 논의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캐나다와의 관계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조 모렐 하원의원(뉴욕)은 "무역전쟁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짚었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슬프고 한심하다"고 했다.
美·加 무역전쟁 격화 속 '캐나다 도발' 조치 관측
이번 조치는 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캐나다를 자극하기 위한 도발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 22일 약 200억달러(약 27조8000억원)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대상 품목은 일부 유제품, 맥주·와인 등 주류와 하키용품·기계·섬유·시멘트·가구 등이다. 캐나다는 즉각 보복관세 방침을 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를 꺼내 들었다. 내년 1월1일부터 자동차, 소형·대형 트럭, 자동차 부품, 철강 관세가 50%로 인상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캐나다 정부 역시 현재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보복관세를 50%로 올리고 유제품·가구·의류·전자제품 등에도 새 관세를 매긴 상태다.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가 미국에 '맞불 관세'로 맞붙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초당적 지원이 있다. 마크 카니 총리(연방 자유당),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총리(온타리오 진보보수당), 데이비드 이비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총리(BC신민당)는 정치 성향이 다르지만 대미강경 대응이라는 공통분모로 결집한 모습이다.
여론도 정부 편이다. 캐나다 여론조사기관 앙거스 리드 연구소가 지난 23일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캐나다 정부가 미국과 나쁜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역 협상을 중단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은 13%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말하며 전 국민에게서 반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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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에게 (미국식으로 개명된) 만도 있고 호수도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바다"라며 "대서양이나 태평양 이름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아마도 우리는 바꿀 것"이라고 지명을 추가로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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