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뗀 캐시미어 코트 2287만원…'찐부자'가 선택한 조용한 사치의 값
로고 지운 최고급 의류로 옮겨간 부유층들
"정체성을 브랜드 로고로 드러내지 않아"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계층 과시" 비판도
로고 없는 옷이 최상위 부유층의 새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부유층 마케팅 전문가 니시다 리이치로의 분석을 인용해 "럭셔리 시장 소비층이 갈라지는 가운데 이른바 '진짜 부자들'은 로고를 지운 최고급 의류, 이른바 '콰이어트 럭셔리(조용한 사치)'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시다는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명품 브랜드의 고객 관리 전략을 지목했다. 하나를 오래 쓰는 고객보다 유행을 좇아 계속 사들이는 고객이 기업에 더 많은 돈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는 "수십 년간 입을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은 (기업 이익에) 오히려 방해된다"며 "강렬한 디자인과 거대한 로고는 반년만 지나도 누구나 유행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가령 루이비통과 발렌시아가의 로고 티셔츠는 1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팔린다. 디올과 구찌도 고가 로고 티셔츠를 내놓고 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면 티셔츠나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지만, 가슴팍에 큼지막하게 박힌 브랜드 표식이 값을 결정한다. 젊은 부유층과 신흥 부자, 인플루언서가 주된 구매층이다.
표식 없앤 최고급 의류, 값은 수천만원대
전통적인 부유층과 고소득층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과시적 소비에 피로를 느낀 이들이 택한 것이 '콰이어트 럭셔리'다. 브랜드 표식을 지운 채 원단의 질과 재단 완성도로만 값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가격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이탈리아 로로피아나의 한국 공식 온라인몰에서 베이비 캐시미어 소재 남성 코트 한 벌은 1443만원, 시어링 코트는 2287만원에 팔린다.
브루넬로 쿠치넬리와 더 로우, 제냐 등도 같은 계열로 꼽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공식 석상에서 입는 무지 티셔츠와 폴로셔츠도 대표적인 사례다. 흔한 기성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고급 원단을 쓰거나 맞춤 제작한 고가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콰이어트 럭셔리'라는 용어가 대중화된 것은 지난 2023년이다. 미국 HBO 드라마 '석세션' 마지막 시즌에서 극 중 재벌가가 로고 없는 옷만 입고 등장하며 화제가 됐고, 배우 기네스 팰트로의 법정 출석 복장도 같은 흐름으로 소비됐다. 당시 구글에서 '올드머니 스타일' 검색은 월 2만 5000건 수준으로 1년 전(3400건)의 7배를 넘어섰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계층 과시" 지적도
일각에서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거대한 로고가 박힌 명품은 누구나 브랜드와 가격을 가늠할 수 있지만, 로고 없는 고가 의류는 소재와 재단, 색감만으로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가치가 드러난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계층 과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니시다는 '콰이어트 럭셔리'를 계층 과시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진 이들에게는 타인의 인정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좋아요'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자신의 정체성과 지성을 브랜드 로고라는 외부의 기호에 맡기지 않으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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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패션업계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젠틀 럭셔리'는 비싼 제품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과 생산자의 노동 환경, 지속 가능성까지 따지는 방식으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천연 소재와 윤리적 생산 과정에 값을 매긴다. '레이지 럭셔리'는 최고급 소재의 옷을 격식 없이 걸치는 흐름으로, 실크 와이드 팬츠처럼 집에서 입는 옷 같은 실루엣이지만 소재와 재단은 최고 수준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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