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병원서 사망
물방울·그물 무늬 작품으로 유명
물방울 무늬를 모티브로 한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의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구사마 야요이가 지난 14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7세.
27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사마는 지난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했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그는 식물 종자를 재배하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이었다. 구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의 부모는 딸이 예술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특히 구사마의 어머니는 딸이 전통적인 주부의 삶을 살기를 원해 구사마의 그림을 찢어가며 극렬히 반대했다.
구사마는 10세부터 시각·청각 환각에 시달렸지만, 당시에는 이를 정신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훗날 그는 어머니의 가혹함과 아버지의 외도 등이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며 자신의 작품을 "내 삶, 특히 정신질환의 표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토시립예술학교에 진학했지만, 일본 학교의 교육 시스템에 환멸을 느껴 학업을 중단한 뒤 홀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1955년 구사마는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을 통해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접했고, 무작정 미국에서 예술가로 활동할 방법을 묻는 편지를 자기 작품과 함께 보냈다. 오키프는 구사마에게 뉴욕으로 가 작품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보여주라고 답했고, 이에 구사마는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1973년 귀국할 때까지 뉴욕에서 활동했다. 그곳에서 알몸의 남녀에게 물방울 무늬를 그리는 등의 거리 퍼포먼스를 통해 주목받았으며, '해프닝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연인과의 이별, 정신적 고통이 이어지자 1973년 일본으로 돌아왔고 도쿄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했다.
구사마는 자신이 겪은 환각을 작품으로 승화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수한 물방울 무늬와 그물 무늬로 표현했다. 특히 화려한 색상의 물방울 무늬를 그린 거대한 호박 오브제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다. 구사마는 1993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일본관 단독 대표로 참가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유럽과 미국의 유명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으며, 브랜드 '루이비통'과 협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2017년에는 도쿄 신주쿠에 '구사마 야요이 미술관'을 개관해 이곳에서 말년까지 신작을 발표해왔다. 그는 2003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2009년 일본 문화공로자, 2016년 일본 문화훈장을 받았다.
구사마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에서 수십억~백억원 대에 거래된다. 1960년대 만든 그의 그물 작품은 2022년 뉴욕 필립스 경매에서는 1050만달러(약 145억원)에 팔리며 당시 생존 여성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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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튜디오는 27일 구사마의 별세 사실을 발표하며 "그는 마지막 날까지 붓을 놓지 않고 '영원한 사랑'과 '영원한 영혼'을 탐구했다"며 "우리는 구사마의 뜻을 이어받아 예술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과 힘을 계속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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