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립작전에 이란 경제난 가중
WSJ "소규모 시위 재개, 사재기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적 고립 작전'과 해상 봉쇄 여파로 이란 경제가 심각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국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고 생필품 가격이 수배로 치솟는 등 초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생필품 사재기와 연료 대란이 확산하는가 하면, 노동계 소규모 시위도 포착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한 '경제적 고립 작전'에 착수하면서 이란 금융 실물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5일 기준 이란 리알화 환율은 달러당 205만 리알을 기록, 단 일주일 만에 7% 이상 급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달러화 기준 실질 구매력이 절반 수준으로 토막 난 셈이다.
통화 가치 폭락은 서민 물가의 폭발적 상승으로 직결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전쟁 전 대비 토마토 가격은 71%, 닭고기는 74%, 식용유는 무려 177% 폭등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필수적인 인슐린 가격이 642% 치솟는 등 의료·생필품 대란이 현실화했다.
美 해상 봉쇄에 쌀·연료 고갈…'사재기 공포' 덮쳐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와 공습 여파로 정유 시설 일부가 파손되고 수입 길이 막히면서 에너지 및 식량 안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란 석유수출업자연합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현지 ILNA통신을 통해 "내수 원유 생산량이 국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미 제재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 주유소에는 기름을 확보하려는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식량 사정 역시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란의 주요 쌀 공급처였던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 거래를 전격 중단하자 생필품 수급 불안은 극에 달했다. WSJ는 테헤란 주요 슈퍼마켓에서 시민들의 사재기 여파로 쌀과 식용유가 일시 품절되는 대란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수개월 분의 생필품을 비축하고 있다며 자급자족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제재 장기화에 따른 사재기 공포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 중심 생활고 호소 시위도
전쟁 이후 잠잠했던 노동계 시위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란 ILNA통신에 따르면 24일 남부 아살루예에서는 해상 석유·가스 시설 노동자들이 생계 위기와 임금 문제를 호소하며 시위를 벌였다. 하루 전인 23일에는 서부 샤데건 철강 단지에서 해고된 노동자 약 100명이 복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임금 체불이나 임금 인상 요구 시위 자체가 이란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다만 WSJ는 지난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뒤 시위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만큼 최근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 압박에도 이란은 '자급자족' 강조
미국은 이란 경제의 주요 자금줄과 무역망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고립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에 이어 UAE까지 이란과의 무역·금융 거래를 중단하면서 수입과 결제 경로가 동시에 좁아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에 맞서 외부 공급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자족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젊은 층에 경제 활동에 적극 참여해 가정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생산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 규모와 생산 기반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쟁으로 생산과 물류가 동시에 흔들리고 통화 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는 자급자족만으로 물가와 공급 불안을 모두 흡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란 지도부 전쟁 존폐 문제로 인식…태도 변화 가능성 낮아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실제로 이란 지도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은 경제난을 심화시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고 있지만, 이란 지도부가 이번 전쟁을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어 민생 악화만으로 협상 태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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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타 파르시 퀸시연구소 소장은 알자지라에 "이번 추가 제재는 이란 국민들에게 상당한 고통과 타격을 주겠지만, 그 고통을 (지도부의) 정책 변화로 이끌어내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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