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원장, 개원 78주년 기념사
"파벌·감사권 남용 용인됐던 과오 직시해야"…국민·공직자에 공식 사과
감사 패러다임 '책임 추궁→국민 편익' 전환…모든 감사에 단계적 적용
기후환경감사국 신설·수사기관 감사조직 확충…지역토착비리 전략 감찰

김호철 감사원장이 28일 "감사원은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자초했다"며 윤석열 정부 당시 감사권 남용 논란 등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진행된 국가통계 감사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 과정에서 강압·회유와 왜곡된 증거를 활용한 수사 요청 등 불법이 확인됐다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호철 감사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개원 78주년 감사의 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28 연합뉴스

김호철 감사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개원 78주년 감사의 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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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적과 책임 추궁에 무게를 둬온 기존 감사 방식에서 벗어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편익 증진'을 모든 감사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한편, 기후위기에 중장기적으로 대응하는 '기후환경감사국'을 신설하고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맞춰 수사기관과 헌법기관에 대한 감사조직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날 감사원 대강당에서 열린 개원 78주년 '감사의 날' 기념식에서 "파벌의 형성과 감사권의 남용이 용인됐던 그간의 과오와 비정상적 관행을 직시하고 과감히 떨쳐내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간 감사원이 특별조사국 폐지와 과도한 정책감사 축소,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것도 이러한 신뢰 회복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원장은 전날 감사원이 발표한 국회 국정조사 후속조치 태스크포스(TF)의 통계감사와 서해감사 조사 결과를 재차 언급했다. 그는 "국정조사에서 제기된 통계감사, 서해감사 과정에 강압과 회유, 왜곡된 증거를 활용한 수사 요청 등 불법이 있었음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감사원 책임자로서 국민들과 공직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이날 향후 4년간 적용할 '새로운 감사원 운영기조'도 공개했다. 핵심은 감사 패러다임을 '잘못을 찾아 책임을 묻는 감사'에서 '국민 편익을 높이는 감사'로 바꾸는 게 골자다. 감사 주제를 정하는 단계부터 온라인 '국민공감 감사공모제'와 국민공감 감사참여단, 국민감사 어젠다회의 등 국민 참여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감사 현장에서는 단순 지적이나 책임 추궁보다 기관 간 갈등과 행정 사각지대 등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무게를 둘 방침이다. 감사 결과를 처리할 때도 공직자가 정책을 추진한 목적과 수단의 불가피성, 공익과 사익의 비교, 절차적 노력과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책임을 감경하거나 묻지 않는 방식을 확대한다.


김 원장은 "규정 위반이나 예산 낭비가 있었다 하더라도 행정의 국민편익 효과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며 "단편적인 시각에서의 책임 추궁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현재 9개 분야에서 진행 중인 '국민편익 증진 시범감사'를 토대로 하반기부터 적용 범위를 넓혀 장기적으로 모든 감사를 국민편익 증진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후환경감사국 신설…수사행정 감사도 확대


조직도 새 운영기조에 맞춰 개편한다. 우선 폭염과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기후환경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점검할 '기후환경감사국'을 4개 과 규모로 신설한다. 특정 사건을 사후 점검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요 정책의 준비와 집행 과정을 장기간 들여다보는 '로드맵 감사'를 맡는다.

김호철 감사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개원 78주년 감사의 날' 행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8.28 연합뉴스

김호철 감사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개원 78주년 감사의 날' 행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8.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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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사·기소권 분리 등 형사사법체계 변화에 대응해 수사기관과 헌법기관 감사조직도 확충한다. 행정문화감사국에 1개 과를 추가해 관련 전담 감사과를 3개로 늘린다. 다만 개별 수사 개입 논란을 막기 위해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시스템과 제도의 보완점을 찾는 데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김 원장은 "국민 기본권 보호를 위해 수사행정사무 등에 대한 감사 역시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감사원 운영 전략을 총괄하는 '전략기획관'도 신설한다. 국민 참여형 감사계획 수립, 감사 결과의 국민편익 효과 분석, 인공지능(AI) 감사 기반 구축 등을 전담한다. 감사보고서의 증거 검증과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심의실도 강화한다. 감사품질담당 조정담당관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재심의 업무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무총장 직속으로 재편한다. 국민이 행정 처분에 불복해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심사청구 전담부서도 2개 과에서 3개 과로 늘린다.


지방정부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 맞춰서는 지역토착비리에 대한 감찰을 강화한다. 김 원장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사업의 효과성과 국민의 공직 신뢰를 저해하는 지역토착비리를 적기에 걷어낼 수 있도록 전략적 공직감찰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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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은 지난 2월 출범한 67명 규모의 '감사운영기조 수립 전략 TF' 논의를 토대로 마련됐으며, 운영기조는 지난 20일, 조직개편안은 25일 각각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쳤다. 조직개편은 후속 인사발령과 함께 시행된다. 감사원은 이날 적극적인 업무 처리로 예산 절감과 국민 편익 증진에 기여한 직원 8명과 6개 부서에 국민포장과 국무총리 표창, 감사원장 표창도 수여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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