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어주는 주식 따로 있다?…반도체·AI·방산에 붙는 '국가 프리미엄' [주末머니]
반도체·AI·방산·전력망에 정책 자금 집중
정부 지원은 호재지만 공급과잉 리스크도
"파괴적 혁신 막고 물가 인상 우려도"
정부가 시장 밖의 심판에만 머무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최근 주요국 정부는 단순히 규제를 만들거나 보조금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략산업 기업의 주주가 되고, 대출자가 되고, 때로는 구매자와 위험 보증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른바 '국가자본주의'의 등장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가자본주의의 확산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자본주의는 계획경제처럼 시장을 없애는 체제가 아니다. 시장은 그대로 두되, 국가가 원하는 산업으로 자본이 흐르도록 위험과 수익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보조금, 세액공제, 저리대출, 가격보장, 정부조달, 지분투자 등이 모두 동원된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경제 체제처럼 시장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국가는 '시장경제'를 '국가전략' 달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자유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중간에 위치한 개념인 셈이다.
미국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89억달러(약 12조2883억원)를 투입해 지분 10%를 확보했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에서는 황금주(지분율과 상관없이 막강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주식)를 통해 전략적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엔비디아와 AMD에는 중국향 인공지능(AI)칩 수출 허가의 대가로 관련 매출의 15%를 공유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정부가 규제자이자 경제적 참여자가 된 셈이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있다. 과거 세계화 시대에는 더 싼 곳에서 생산하는 것이 기업 이익과 주가에 유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대유행)과 전쟁, 공급망 충격을 거치며 각국은 '가장 싼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제 경제정책의 목적은 낮은 가격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안보까지 포함해야 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패권전쟁이 지속되는 한, 각국 정부는 효율성만 추구할 수 없다"며 "전략 산업에 자본배치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보 수익률'도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새로운 프리미엄이 생길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이를 '전략적 자산 프리미엄'이라고 표현했다. 반도체, AI 인프라, 조선, 우주,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희토류, 전력망처럼 국가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보는 산업은 정부가 쉽게 망하게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이런 업종들은 정부의 지원이라는 암묵적인 풋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해당 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신용위험은 낮아지고, 이익은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가자본주의가 무조건 주식시장에 좋은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밀어주는 산업에는 자금이 몰리고 설비투자가 늘어난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같은 전략산업에 동시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공급과잉이 생길 수 있다. 주주가치가 국가전략의 뒤로 밀릴 위험도 있다.
금융시장에도 변화가 생긴다. 국가가 전략산업을 지원하려면 재정지출이 늘고, 민간기업도 설비투자를 확대한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자본시장에서 돈을 요구하면 장기금리와 기간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공급망 안정의 대가는 물가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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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국가자본주의 아래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낮은 업종에도 인위적으로 자금이 흐르면서 경제와 금융시장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경제의 파괴적 혁신을 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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