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재정 상황 솔직히 밝히는 '라우드 버짓팅'
소비 한도 공개하고 지출 조절하는 방식

편집자주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며,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Z금]에서는 전 세계 Z세대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 달은 생활비가 부족해서 다음 달에 만나자."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밝히며 지출을 줄이는 '라우드 버짓팅(loud budgeting·시끄러운 예산관리)'이 확산하고 있다. 비싼 식사나 여행 등의 제안을 받았을 때 "돈이 없어서 못 간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식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재정 상황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으나, 이제는 오히려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돈 아껴야 해"…오히려 당당해진 소비 거절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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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젊은층 사이에서 주목받는 '라우드 버짓팅'을 소개했다. 매체는 이를 '비교적 새로운 트렌드'로 소개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지출을 남들처럼 조용히 감수하는 대신, 자신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돈이 부족해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위해 무리해서 모임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돈이 없어 못 간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거절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라우드 버짓팅은 단순히 돈이 없어서 소비를 포기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재정적 여유가 있더라도 "그곳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며 소비를 거절하는 것도 포함된다. 가디언은 "돈에 대해 많이 불평하고, 하고 싶은 일을 돈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며 "재정 상황에 대해 솔직하고 투명하게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사람들은 정직함을 좋아하고 이를 이해할 것"이라며 "만약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재정 상황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이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재정 조언을 제공하는 '브로크 제너레이션'의 설립자 엠마 에드워즈는 "우리는 자신의 재정 상황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예산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라우드 버짓팅은 자신의 재정 상황을 솔직하게 밝히고, 재정적 목표나 가치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 맞지 않는 지출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이 Z세대 우정에 영향 미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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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Z세대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재정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올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미국 성인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42%가 라우드 버짓팅을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Z세대의 60%는 친구들과 돈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자신의 소비 여력(28%), 급여·소득(27%), 재정적 스트레스(24%), 월간 지출(24%) 등이었다.

 

또 젊은층은 친구들과의 약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출을 줄이려 하고 있다. 동일 조사에서 Z세대의 75%는 친구들과 사회적 약속을 잡을 때 돈을 아끼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고 답했다. ▲무료·저렴한 활동을 제안하거나(39%) ▲저렴한 메뉴를 주문하고(38%) ▲집에서 음식을 먹거나 직접 가져가는(31%) 식이다. 


보고서는 "돈은 Z세대의 우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며, Z세대는 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도 열려 있다"며 "돈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Z세대는 재정과 우정 사이의 균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에게도 익숙한 '라우드 버짓팅'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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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라우드 버짓팅이라는 표현은 2023년 말 틱톡 크리에이터 루카스 배틀에 의해 소개됐다. 그는 이를 고급스러운 옷이나 물건을 은은하게 과시하는 '조용한 럭셔리'의 반대 개념으로 설명하며 "더 세련되고, 더 스타일리시하고, 더 과시적인 행동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내가 가진 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 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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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디언은 라우드 버짓팅이 젊은 세대만의 방식은 아니라고 짚었다. 소상공인들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가격 협상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급업체나 서비스 업체에 "이 가격은 부담스럽다"고 직접 말하며 가격 인상이나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고,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해왔다. 자신의 예산이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일종의 협상 전략으로 활용돼온 셈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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