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외국 손님맞이에 바쁘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한국이 콘텐츠 산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구체적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세계 각지의 정부 기관, 산업계, 학계 등에서 궁금해하는 까닭이다. 해외사례가 우리 콘텐츠 정책의 주요 도입 근거가 되던 시대에서, 다른 나라가 벤치마킹하는 국가로 변모한 것이다.
이는 K콘텐츠의 경쟁력을 넘어서는 또 다른 글로벌 영향력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법률과 예산, 행정조직 속에 우리의 산업구조와 유사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 기업과 인력, 지식재산(IP)를 둘러싼 협력의 기반이 넓어질 수 있어서다. 정책 역시 또 하나의 수출품이자, 새로운 한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처럼 콘텐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특히 주변국들에서 강화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콘텐츠 산업을 17대 전략 분야의 하나로 지정했고, 그 로드맵으로 '엔터테인먼트·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략 2026'을 발표했다. 2033년까지 해외 매출 20조엔의 실현, 2033년까지 34조엔에 이르는 민관합동 투자 확대, 해외 진출 지원을 총괄하는 전문 집행조직의 신설 검토 등이 주요 골자이다. 그간 민간 중심의 구조 속에서 콘텐츠 지원이 총무성,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등 개별 부처별로 이루어져 효율이 떨어진다는 진단과 업계 요구에 따른 것으로, 요미우리 신문은 콘진원을 주요 참고사례로 상세히 소개했다.
대만 문화부가 2019년 설립한 행정법인 TAICCA도 입법자료에서 콘진원을 참고사례로 직접 제시하고 있다. 태국도 THACCA의 법정기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 단순한 정책 벤치마킹을 넘어 각국의 산업 환경과 맞물린 '진화형' 모델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민관협의회, IP360, 재팬 크리에이티브 포털 등을 통해 각 부처에 분산된 콘텐츠 관련 정책과 정보를 집약하고, 예산 집행의 일원화와 해외 거점의 강화, 대규모 성장투자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대만은 콘텐츠 투자·금융부터 기획개발, 제작, 유통, 해외진출, 인재양성, 산업조사를 하나의 기관 안에 연결하면서, 국제협력과 IP 글로벌 사업화를 강조하고 있다. 투자와 국제공동제작 플랫폼 기능에 방점을 두고 있다.
태국 THACCA의 경우도 흥미롭다. 콘텐츠를 넘어 음식, 관광, 스포츠 등을 포괄하는 '크리에이티브 컬처' 전반으로 지원 대상을 넓히는 한편, 이들 영역을 일자리, 소득, 수출을 창출하는 경제산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우리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정책 한류는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 주변국들이 우리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우리 콘텐츠 정책의 범위와 작동방식에 대한 고도화 필요성과 그 방향에 대한 단서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콘텐츠가 '크리에이티브 컬처'의 핵심축으로서 작동하며 K컬처 수출을 견인할 수 있는 해외 진출 지원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여러 부처와 기관에 분산된 콘텐츠 관련 정책을 보다 유기적으로 집약할 필요도 있다. IP를 중심으로 투자와 제작, 유통, 해외 진출, 연관산업 확장이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 역시 중요하다. 이 과정에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자금 확대, 인력, 정보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K콘텐츠 정책 한류는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다. 예컨대 K콘텐츠 선호가 높았던 동남아 시장에서 태국 등 현지 콘텐츠 경쟁력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K콘텐츠 정책도 다시 한발 앞선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콘텐츠의 경쟁력뿐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에도 최대한의 역량과 지원이 모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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