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이재창 삼상중공업 RX센터 명장

1987년 입사 38년 근무한 전문가
해양플랜트 다층용접 포터블 로봇
세계 최초 개발 2026 삼성명장 선정

편집자주K산업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격랑 속에서도 묵묵히 내일을 설계하는 차세대 기술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이자 미래의 한국을 먹여 살릴 진정한 주역들입니다. 아시아경제는 이들의 혁신적인 기술 세계와 미래 비전을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 'K산업, 미래설계자들'을 연재합니다.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삼성중공업에서 세계 최초로 해양플랜트 다층용접 포터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한 이재창 RX센터 명장입니다.

"자동화 설비가 많다고 반드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과 로봇이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눠 함께 일할 때 효율이 가장 높아집니다."


지난 24일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close 증권정보 010140 KOSPI 현재가 21,200 전일대비 200 등락률 +0.95% 거래량 2,029,082 전일가 21,000 2026.08.28 15:30 기준 관련기사 대형 기술수출에 제약주 성장 기대… 연 5%대 주식자금 활용 전략 외국인 매도에 흔들린 국내 증시… 5%대 금리 주식자금 활용 전략 불확실한 증시 속 자금 설계 중요…최대 4배 투자금으로 담아둘 종목은 거제조선소에서 만난 이재창 RX센터 명장은 로봇이 숙련공의 어렵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수 있도록 생산 현장을 자동화해온 전문가다. 그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완성한 자동화는 더욱 고도화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창 삼성중공업 RX센터 명장이 24일 용접 자동화 라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이재창 삼성중공업 RX센터 명장이 24일 용접 자동화 라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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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이 명장은 산업기계 설비와 로봇·생산 자동화 분야에서 38년간 근무했다.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고난도 용접 작업을 로봇이 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해양플랜트 다층용접 포터블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 로봇 투입이 어려웠던 밀폐된 선박 블록 내부에서 작업할 수 있는 대조립 용접 로봇 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26 삼성 명장'에 선정됐다. 삼성은 사내 최고 기술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2019년부터 삼성 명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양구조물에는 두꺼운 철판과 부재가 사용된다. 충분한 강도를 확보하려면 용접 부위를 여러 차례 겹쳐 쌓는 고난도 용접이 필요하다. 블록마다 판재와 보강재 등의 형태가 다른 데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도 까다로워 자동화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이 명장은 용접할 대상의 두께와 홈의 각도를 파악해 로봇이 적절한 용접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다층용접 자동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명장은 "용접을 할 때마다 발생하는 용접 비드(Weld Bead)는 형상이 동일하지 않고 굴곡진 형태로 나타난다"면서 "때문에 용접 로봇이 매번 용접선을 인식해 여러 층의 용접을 계속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형상의 비드와 용접 구조물을 데이터화하는 방식으로 다층용접 자동화를 구현했다"면서 "협동로봇을 활용한 이 시스템은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움직임을 최적화했고,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을 용접할 수 있어 작업장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각을 데이터로, 조선업 자동화 한계 극복


이 명장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대조립 용접 로봇 시스템은 로봇을 들여놓거나 빼내기 어려운 공간까지 자동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선·해양산업에서는 길이가 최소 21m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을 고정해 놓고 용접한다. 특히 작업 공간 앞쪽이 막힌 밀폐블록 내부에는 로봇을 투입하기 어려웠지만 이 시스템으로 한계를 극복했다.


이 명장은 로봇 용접의 정확도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설계정보를 바탕으로 로봇의 작업 경로를 만들고 비접촉 센서로 용접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용접 데이터베이스와 작업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처럼 자동화 시스템을 고도화하려면 숙련공의 기술을 데이터로 바꾸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숙련공의 감각을 수치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명장은 "숙련 기능자의 노하우는 대부분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암묵지'였고, 인터뷰해보면 본인도 '그냥 손이 그렇게 간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 감각을 데이터로 바꾸려면 먼저 숙련자의 작업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부터 설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련공의 행동에서 작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요인을 찾아 변수로 설정한 뒤 센서로 측정하고,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서 "숙련자의 감각을 100% 그대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감각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품질'을 로봇이 재현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현장 작업자들의 참여도 자동화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자동화 장비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고 로봇이 일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이 명장은 "자동화 도입 초기에는 현장 작업자분들의 거부감이 매우 컸다"면서 "자동화 장비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자동화로 인해 내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걱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창 삼성중공업 RX센터 명장은 24일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힘들고 반복적인 구간은 자동화 시스템이 맡고, 숙련 인력은 시스템을 운용·관리하면서 더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공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이재창 삼성중공업 RX센터 명장은 24일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힘들고 반복적인 구간은 자동화 시스템이 맡고, 숙련 인력은 시스템을 운용·관리하면서 더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공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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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발 초기부터 현장에 직접 나가 작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계속 듣고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면서 "작업자들이 시스템 개발에 함께 참여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함께 개발한다는 인식으로 일차적인 거부감을 줄였고, 자동화 설비를 통해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이 쉽고 편하고 안전한 일로 바뀌면서 작업자들도 자부심을 갖게 됐다"면서 "개발자가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완성도 높은 시스템도 현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배웠다"고 했다.


이 명장은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할 때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과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한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람과 로봇이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그는 "신규 인력 유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든 공정에 숙련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힘들고 반복적인 구간은 자동화 시스템이 맡고, 숙련 인력은 시스템을 운용·관리하면서 더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공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 명장은 "설계한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면서 적은 인원으로도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인력을 더 가치 있는 업무에 재배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자동화 설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 명장은 도장 공정 자동화에 도전하고 있다. 도장은 조선소에서 자동화 수준이 가장 낮은 공정 중 하나다. 작업이 복잡하고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환경 탓에 자동화 장비를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명장은 "사우들이 더 안전하고 덜 힘들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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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로봇을 다루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그 로봇이 왜 그렇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현장의 언어로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자에게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할 기회가 주어져 있다"면서 "개발자가 가진 특권을 잘 활용해 현장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진짜 엔지니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거제=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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