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중력' 황준호 저자 인터뷰
한 달 50억 수익 뒤 65억 손실…"성공과 실패, 같은 방식이 낳은 두 결과"
금리 다시 3%·롤러코스터 증시…"예측보다 틀려도 살아남는 구조가 먼저"
"기회 놓치는 건 위험 아냐…대부분 투자자엔 인덱스·자산배분 합리적"

27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지난달에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이다. 물가 상승 압력과 금융안정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시의 진폭은 더 크다. 지난 6월 장중 9385.5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7월28일 하루 10.84% 폭락해 6023.66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코스닥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지난 26일에는 다시 6808.21까지 올라왔다.

'투자의 중력'을 펴낸 황준호 작가. 그는 “투자자는 돈을 번 방식 그대로 잃는다”며 수익보다 생존과 위험 관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북스톤

'투자의 중력'을 펴낸 황준호 작가. 그는 “투자자는 돈을 번 방식 그대로 잃는다”며 수익보다 생존과 위험 관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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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장을 만나면 투자자는 다음 방향부터 알고 싶어진다. 금리는 어디까지 오를까. 반도체는 더 갈까.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야 할까. '투자의 중력'(북스톤)을 쓴 황준호는 질문을 반대로 돌린다. 내 예상이 틀렸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황준호는 증권사 채권 운용역으로 시작해 20년 가까이 시장을 경험했다. 한때 한 달에 5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2022년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65억원을 잃었다. 그가 돌아보는 실패의 원인은 금리 전망을 틀린 데만 있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틀린 것을 수정하지 못한 데 있었고, 그 뿌리가 과신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선택지를 아예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을 바꾸고 실제 금리 인상에 들어갔는데도 그는 자신의 기존 전망에 머물렀다. "정보가 없어서 틀린 게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일 자리가 제 안에 없었다"고 했다. 65억원보다 더 비싼 대가는 6개월이었다. 시장이 판단을 수정할 기회를 매일 줬는데도 움직이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에게 돈을 벌게 한 방식과 잃게 한 방식이 같았다는 점이다. 집중투자와 변동성을 버티는 힘은 상승장에서 큰 수익을 가져왔지만, 시장이 돌아서자 포지션을 정리하지 못하게 했다. "같은 성질이 벌 때는 능력이라 불리고 잃을 때는 고집이 됩니다." 황준호는 65억원 손실을 새로운 실수가 아니라 "커질 대로 커진 기존의 성공 방식"이라고 말한다. 수익이 계속될수록 자기 투자법에 대한 의심은 줄고, 같은 방식을 더 크게, 더 오래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가 가장 경계하는 때도 손실이 날 때가 아니다. 돈을 벌고 있을 때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7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7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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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있을 때는 점수가 점검을 대신해줍니다. 이기고 있을 때는 스스로 기준을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말려주지 않습니다." 올해의 급등락장은 과거의 투자 방식을 다시 꺼내기 충분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익이 날 때부터 위험을 줄였다. 그는 "그때의 저는 큰 위험을 떠안아 크게 벌고 그대로 크게 잃는 사람이었고, 지금의 저는 잃지 않는 구조를 반복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투자의 중력'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좋은 종목을 골라 미래를 맞히는 기술보다 틀렸을 때 얼마나 잃을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황준호는 투자 전에 최대 손실과 감당 가능한 규모를 확인하고, 무엇이 갖춰지면 사고 어떤 근거가 깨지면 팔 것인지를 미리 문장으로 적는다.


"얼마가 되면 판다가 아니라 무엇이 깨지면 판다입니다." 손절은 '티켓값'이라고 부른다. 판단이 틀렸다면 값을 치르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다음 투자처를 선택할 자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수익이 아니라 살아 돌아갈 길부터 확인한다"는 게 그의 투자법이다.


요즘처럼 AI와 반도체에 돈이 몰리는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를 흔드는 것은 FOMO, 즉 '나만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황준호는 이 역시 위험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회를 놓치는 것은 사실 위험이 아닙니다." 사지 않은 주식이 두 배가 돼도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지는 않는다. 실제 위험은 내가 산 자산이 떨어지는 경우다.


집중투자 자체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이해해서 모으는 것과 남들이 벌었다는 이유로 따라가는 것은 다르다. 산업의 성장성을 아는 것, 어느 기업이 돈을 벌지 아는 것, 그 기대가 현재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계산하는 것도 각각 다른 문제다. "그 간극을 계산할 수 없다면 이해한 만큼만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황준호 작가의 신간 '투자의 중력'. 책은 65억원의 투자 손실 경험을 바탕으로 ‘맞히는 투자’보다 ‘틀려도 살아남는 투자’를 강조한다. 북스톤

황준호 작가의 신간 '투자의 중력'. 책은 65억원의 투자 손실 경험을 바탕으로 ‘맞히는 투자’보다 ‘틀려도 살아남는 투자’를 강조한다.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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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종목 투자에 대해서는 더욱 냉정하다. 그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인덱스와 자산배분이 더 합리적인 답"이라고 본다. 성장할 산업을 골라내는 것과 그 산업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기업을 고르는 것은 다른 게임이기 때문이다.


"수익은 난도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종목을 맞힌 데 시장이 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이해하는 쉬운 게임을 오래 반복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다만 인덱스 역시 특정 대형주 쏠림과 장기 침체 위험이 있어 시간·지역 분산과 적립식 투자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지만 그가 더 많은 정보를 좇는 것도 아니다. 황준호가 그은 경계는 간단하다. "사실과 사업은 공부의 영역이고, 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모름의 영역입니다." 기업의 실적과 금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실에 시장이 내일 어떻게 반응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는 종이신문과 금융기관 리포트를 천천히 읽고 원자료를 다시 확인한다. "좋은 정보는 대체로 느리고, 서명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의 의견도 "근거를 가져오면 참고이고, 결론을 가져오면 위탁"이라는 기준으로 걸러낸다.


처음 1000만원을 들고 시장에 들어오는 20~30대에게 무엇부터 하겠느냐고 물었다. 종목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수익률보다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세계관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능력, 일종의 메타인지다. 주식시장에는 초보자 리그가 없다. 오늘 계좌를 연 사람도 기관과 퀀트, 수십 년 경력의 투자자와 같은 가격을 놓고 거래한다. 모든 곳에서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이 잘 아는 산업 하나, 반드시 지킬 손절 규칙 하나, 흔들려도 이어갈 적립 원칙 하나부터 만들라는 조언이다.


20년 동안 투자한 그에게 지금도 지키는 단 하나의 원칙을 물었다. "능력범위 밖에서는 승부하지 않는다. 저는 이것을 비싼 값을 치르고 배웠습니다." 65억원을 잃고 황준호가 깨달았다는 것은 시장의 다음 방향을 맞히는 법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틀린 뒤에도 다시 투자할 돈을 남겨두는 법이다. 금리는 다시 3%가 됐고 2022년의 기억도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바로 그 익숙함부터 경계한다.


"익숙함은 지식이 아니라 편견의 다른 이름일 때가 많습니다." 시장의 다음 방향은 그도 모른다. 이번에는 모른다는 사실까지 계산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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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중력 | 황준호 지음 | 북스톤 | 304쪽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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