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테레의 '채리티 마라톤'
매년 8월 말 연예인이 사연 갖고 참가
100km 완주하고 성금 모아 기부하기도

폭염에 무리·강요된 감동 비판도 있지만
8월 말 상징하는 연례행사로 자리잡아

러너들에게 여름은 정말 잔인한 계절이죠. 이때 많이 뛰어야 기록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해가 지고 나서 뛰어도 항상 땀 범벅으로 집에 돌아오는데요. 대낮에 눈조차 뜨기 힘들 정도로 강한 햇살을 받으며 뛰는 도쿄의 러너들을 보면 대단하다를 넘어 존경심이 들 정도입니다.

일본 '24시간 테레비'의 대표코너, '채리티 마라톤(자선 마라톤)' 올해 러너 배우 호시노 마리가 달리고 있다. '24시간 테레비'

일본 '24시간 테레비'의 대표코너, '채리티 마라톤(자선 마라톤)' 올해 러너 배우 호시노 마리가 달리고 있다. '24시간 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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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웬 달리기냐 싶으시죠. 일본에서는 여름을 알리는 행사 중에 마라톤이 있습니다. 매년 이때쯤 연예인 100km 러닝 특별 방송을 하거든요. 일본 니혼테레비가 매년 8월 말 여는 특별방송 '24시간 테레비'의 대표코너, '채리티 마라톤(자선 마라톤)'인데요. 1992년부터 시작해 무려 35년이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룰은 간단합니다. 연예인이 100km 안팎의 장거리 마라톤을 완주하면 됩니다. 이때 저마다의 목표나 사연을 안고 마라톤에 도전하는데요. 이에 감명받은 시청자들이 기부에 나서고, 이를 모아 자선단체 등에 전달합니다. 올해 러너는 호시노 마리라는 여배우인데요. 난치병을 앓는 딸을 위해서 뛴다고 합니다. 11살인 딸은 선천성 근육질환을 앓고 있어 전동휠체어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호시노씨는 "모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있을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제가 달리는 것을 통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올해 성금도 이에 맞춰 어린이들에게 쓰일 예정이라고 해요.


지난해 니혼테레비의 특별방송 '24시간 테레비'의 마라톤 러너였던 일본 남성그룹 SUPER EIGHT의 요코야마 유(오른쪽)가 올해 러너인 배우 호시노 마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4시간 테레비.

지난해 니혼테레비의 특별방송 '24시간 테레비'의 마라톤 러너였던 일본 남성그룹 SUPER EIGHT의 요코야마 유(오른쪽)가 올해 러너인 배우 호시노 마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4시간 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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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초대 러너는 코미디언인 하자마 간페이씨였습니다. 첫해에는 무려 200㎞에 도전했다고 해요. 문제는 사전에 공개된 코스에 관중이 몰리면서 안전 문제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제작진들은 153㎞ 지점에서 행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프로그램에서는 구체적인 달리기 코스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요. 하자마씨는 이듬해 다시 도전해 200km를 완주했고, 1995년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피해지역인 고베에서 도쿄까지 600㎞를 일주일간 달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매년 연예인이 100km 안팎의 장거리를 달리는 방송이 자리 잡게 됩니다. 아이돌 멤버, 배우, 개그맨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달리기에 나서게 되죠.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란 연예인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을 위한 기부를 호소하며 달리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이 방송의 팬층도 두터운데요. 참가한 연예인은 보통 첫날 저녁에 출발하게 되는데, 달리기는 자신 있다며 여유롭게 달리던 연예인이 다음날 점점 지쳐가고 마지막에는 한발 한발 힘겹게 내딛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됩니다.


지난해 ‘24시간 테레비’ 채리티 마라톤 러너였던 SUPER EIGHT의 요코야마 유가 10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결승지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4시간 테레비.

지난해 ‘24시간 테레비’ 채리티 마라톤 러너였던 SUPER EIGHT의 요코야마 유가 10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결승지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4시간 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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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일반인도 응원 러너로 참가할 수 있어요. 올해는 1km당 7~8분 페이스로 3~5km 구간을 함께 달릴 사람 1000명을 모집합니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반복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폭염입니다. 더위를 피해 해가 지고 나서 출발하지만, 행사장 주변의 오후 8시 평균 기온은 27도 정도입니다. 100km를 달리려면 다음날 대낮까지 달려야 하는데, 사람들을 돕는다는 취지의 방송이 정작 연예인은 폭염 속 100km 마라톤에 내보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방송사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급수시설과 의료진을 배치하고 열대야나 폭염이 계속된다면 경기를 중단한다는 규칙을 만들었죠.


'감동의 강요'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장애나 질병, 가난을 연예인의 극한 도전과 결합해 눈물을 끌어내는 방식이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입니다. 오로지 시청률을 위한 연출이 아니냐는 것인데요. 여기에 2023년에는 닛테레 계열사 간부가 해당 프로그램에 모인 기부금을 몰래 빼돌린 사실까지 드러나 프로그램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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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견들이 나오지만, 마라톤은 올해도 진행합니다. 매년 8월 말, 달리기 하나로 일본 사회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한데요. 일본에서 이 방송이 나오면 '8월도 끝나가는구나'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해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어느새 길고 더웠던 여름의 끝이 다가오고 있나 봅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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