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송전비용·전력자급률·균형성장 반영해 연내 차등요금제 시행
전력자급률, 지역별로 어떻게 묶느냐가 관건
인천 자급률 234%지만 옹진 1만3606%·일부 지역 1%도 안돼
"공간 단위 적절성 분석 필요"

지역 산업용 전기료 차등…'경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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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에 나선 가운데 실제 할인 수준을 결정할 세부 권역 설정이 제도 안착의 변수로 떠올랐다. 같은 시·도 안에서도 발전소 입지에 따라 전력자급률이 수백∼수만 배까지 차이 나는 만큼 지역을 어떤 단위로 묶느냐에 따라 요금 할인에 따른 혜택과 형평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토대로 공청회 의견수렴과 세부 권역 확정, 고시 및 전기요금약관 개정 등을 거쳐 연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안은 전국을 전력계통 구조에 따라 수도권 남부·수도권 북부·중부권·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먼저 나눈다. 여기에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균형성장 요소를 반영한 4개 권역을 중첩해 최종적으로 11개 지역을 설정한다. 각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 균형성장 등 세 가지 기준을 종합해 결정한다.


수도권 남부는 현행 요금을 유지하거나 kWh당 1원 안팎에서 조정되고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 강원·충청이 포함된 중부권은 최대 15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위치한 경상·전라 등 남부권은 지난해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인 kWh당 181.9원의 약 10%인 최대 18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문제는 요금 산정 기준 가운데 하나인 전력자급률이 지역을 어디까지 묶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전력자급률은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값이다. 100%를 넘으면 지역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셈이고, 100%에 미치지 못하면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정섭 경상국립대 교수와 이강원 서울대 교수가 한국경제지리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적용을 위한 공간 단위 검토'에 따르면 2019∼2021년 평균 발전량과 소비량을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전력자급률이 100% 이상인 지역은 7곳, 100% 미만은 10곳이었다. 하지만 범위를 229개 시·군·구로 좁히면 자급률 100% 이상 지역은 38곳에 그쳤고 나머지 191곳은 소비량이 발전량보다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이다. 시·도 단위로 계산한 인천의 전력자급률은 234.0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시·군·구별로 뜯어보면 10개 시·군·구 가운데 자급률 100%를 넘는 곳은 영흥화력발전소가 있는 옹진군과 대규모 발전설비가 위치한 서구뿐이다. 옹진군의 자급률은 1만3605.56%, 서구는 431.46%에 달하지만 나머지 8곳은 모두 100%를 밑돈다. 연수구가 31%이고 나머지 7곳은 0.01∼3.68%에 불과하다.


부산도 비슷하다. 부산 전체로는 전력자급률이 182%에 달하지만 고리·신고리 원전이 위치한 기장군과 복합화력발전소가 있는 사하구만 100%를 넘는다. 나머지 14개 구는 0.02∼11.22%에 그쳤다. 같은 부산 안에서도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과 전력을 주로 소비하는 지역 사이의 격차가 큰 셈이다.


전력 생산 자체가 일부 기초지자체에 집중된 현상도 뚜렷하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19∼2021년 평균 발전량 기준 상위 15개 시·군·구의 발전량은 약 3억8733만MWh로 전국 발전량의 71.2%를 차지했다. 경북 울진군이 약 4340만MWh로 가장 많았고 충남 당진시 4055만MWh, 보령시 3290만MWh, 태안군 3279만MWh, 부산 기장군 3092만MWh 등의 순이었다. 원전이나 석탄·LNG 발전소가 위치한 일부 지역에 발전량이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물론 전력자급률 자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해당 연구에서도 발전소에서 자체 소비하는 전력과 송·변전 및 배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완전히 반영하기 어려워 전력자급률 측정 과정에서 약 5∼6%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전지역의 자급률은 실제보다 높게, 소비지역은 낮게 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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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전력자급률은 지역별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지역별 차등요금제 설계 과정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같은 자급률이라도 어느 범위까지 하나의 지역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공간 단위 설정이 중요하다고 봤다. 연구진은 "전기 생산 및 이에 따른 불이익을 겪는 지역과 전기 소비 및 이익을 얻는 지역을 식별하고, 그 식별의 공간적 단위에 대한 적절성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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