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M 3.2조·운용펀드 45개…해외 30%
리벨리온·알지노믹스 등 딥테크 분야 두각
투자 7개 본부와 리스크 심사 분리·견제
"많이 투자하기보다 제대로 투자할 것"

편집자주벤처투자 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풀리고 있다. 정부의 대형 정책펀드가 본격 가동되면서 대형 벤처캐피털(VC)의 몸집도 빠르게 불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돈이 늘어난 것과 잘 굴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본지는 VC 시장의 흐름과 국내 주요 VC를 11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운용자산(AUM) 상위 하우스를 선정하되 PE 비중이 높은 곳은 제외했다. 시장 전체를 조망한 뒤 각 사의 성장 궤적과 대표 포트폴리오, 투자 철학과 의사결정 구조, 핵심 인물과 조직 문화를 들여다본다.
[대형VC 대해부]⑨초기 발굴기업이 그룹사 인프라로…KB인베의 딥테크 스케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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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은 지난 5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리벨리온의 국산 AI 반도체를 그룹 AI 인프라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리벨리온을 그룹에 처음 데려온 곳은 임직원 70여 명의 계열사, KB인베스트먼트였다. 2022년 시리즈A 라운드에 투자했고, 시리즈B부터는 KB증권까지 합류해 시리즈C와 프리IPO까지 자금을 댔다. 벤처투자로 시작해 다른 계열사의 후속투자와 실제 사업협력까지 이어지는 스케일업 구조의 첫 단추를 끼운 게 KB인베스트먼트였던 셈이다.


현재 운용자산(AUM)은 약 3조2360억원이다. 운용 중인 펀드는 45개, 누적 투자기업은 1200곳 이상이며 이 가운데 180곳 이상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정부가 금융권 자금을 부동산과 담보대출에서 혁신기업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털(VC)인 KB인베스트먼트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융권 전체가 생산적 금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에서, KB인베스트먼트가 그룹 내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금과 대출로는 닿지 않는 영역, 아직 매출이 없고 기술만 있는 단계의 기업에 자본을 대는 일이 VC로서의 몫"이라고 말했다.


1990년 출범한 1세대 VC…3000억 펀드까지 대형화

KB인베스트먼트는 1990년 설립된 국내 1세대 VC다. 2008년 KB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고 이듬해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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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하는 각 펀드의 규모도 크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KB 디지털 플랫폼 펀드'는 3000억원 규모다. 'KB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 2500억원, 'KB 글로벌 플랫폼 펀드' 2200억원, 'KB 스마트 스케일업 펀드' 2000억원 등 수천억원대 펀드를 운용한다. 올해 2월엔 1850억원 규모 'KB 딥테크 스케일업 펀드'도 결성했다.


초기기업을 발굴하는 'KB 파운더스 클럽 2022 펀드'와 기존 벤처투자자 지분을 사들이는 세컨더리 펀드도 두고 있다. 초기 발굴부터 성장투자, 글로벌, 세컨더리까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에는 KB금융 계열사들이 출자한 1000억원 규모 'KB AX디지털자산 펀드'의 운용도 맡았다. 국민은행·KB증권·KB손해보험·KB국민카드·KB라이프생명 등이 출자했으며 디지털자산뿐 아니라 AI 모델·응용서비스, 데이터 추론·분석 기술기업 등이 투자 대상이다.


반도체·바이오·로봇…'딥테크 스케일업'에 집중

현재 투자전략의 중심은 딥테크 스케일업이다.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로봇,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 등이 중점 투자영역이다. 핵심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상업화와 해외 진출로 넘어가는 스케일업 구간을 특히 눈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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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조직은 7개 본부로 나뉜다. 김형준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그로스투자를, 국찬우 CIO가 딥테크투자를 각각 맡는다. 올해 6월 말 DIVA 기준 전체 임직원은 73명이다.


투자 판단 과정에서는 별도의 '견제' 장치도 뒀다.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별도 임원으로 두고 리스크심사본부를 투자본부와 분리했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딜을 발굴한 심사역이 그 건의 리스크까지 스스로 판단하지 않도록 심의 과정에 소싱 라인과 독립된 검토가 반드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모험자본 투자의 불확실성을 특정 심사역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는 방식이다.


알지노믹스 회수하고 보스턴 진출…해외투자 30%

투자 성과는 딥테크와 바이오에서 두드러진다. 리벨리온에 2022년 시리즈A부터 투자해 후속 라운드를 이어온 데 이어 바이오에서는 알지노믹스의 프리IPO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 알지노믹스가 코스닥에 상장한 뒤에는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15배가 넘는 멀티플(투자원금 대비 회수배수)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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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도 장기간 후속 투자를 이어온 대표 바이오 포트폴리오다. 기술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약개발 기업에 한 차례 자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 단계별로 추가 투자했다.


포트폴리오에는 노타AI와 셀렉트스타, 다이퀘스트 등 AI 기업뿐 아니라 패션 플랫폼 무신사, K뷰티 기업 비나우, 패션·뷰티 사업을 하는 메디쿼터스 등도 포함돼 있다. 최근 딥테크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특정 산업에만 집중하는 전문 VC보다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형 하우스를 추구한다.


해외투자도 한 축이다. 보스턴을 통한 직접투자와 현지 펀드 투자를 병행해 해외 투자망을 넓히는 전략이다. 전체 투자자산 가운데 해외 비중은 약 30%다. 2023년 9월 미국 보스턴에 지사를 세워 현지 바이오텍을 직접 발굴하고 있다. 대표 사례인 신약개발기업 오디세이 테라퓨틱스(Odyssey Therapeutics)는 KB인베스트먼트 투자 이후 나스닥에 상장했다.


3조 하우스의 과제…"많이 보다 제대로"

윤법렬 대표는 지난해 4월 취임해 KB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김형준·국찬우 CIO가 그로스와 딥테크 투자를 나눠 맡고 CRO 조직을 별도로 두면서 투자 확대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함께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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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확대는 KB인베스트먼트에 기회인 동시에 시험대다. 그룹과 정책자금의 모험자본 공급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자금을 더 빠르게 집행해야 하지만, 반도체·바이오·로봇·우주항공 등 기술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에서는 건별 투자 판단의 질을 놓칠 수 없다. 45개 펀드를 운용하는 3조원대 하우스가 된 만큼 투자 규모와 심사 체계를 동시에 키워야 하는 셈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자금을 얼마나 ‘많이 집행하느냐’보다, 얼마나 ‘제대로 집행하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필요한 곳에 제때, 검증된 판단으로 들어가야 그 자금이 실제로 산업을 키운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급 실적만 남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행의 속도와 규모를 키우면서도 건별 판단의 질을 지키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것이 과제"라며 "생산적 금융을 많이 하는 하우스가 아니라 제대로 하는 하우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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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계속>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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