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도 곧 헐릴 텐데"…'오락가락' 재개발에 세월 멈춘 장위13구역
주변은 아파트 탈바꿈, 장위13구역 제자리
"누수 생기고 페인트 벗겨져도 보수 미룬다"
정책 오락가락 하는 사이 주거환경 노후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 20년 가까이 재개발을 기다려온 장위13구역은 가파른 오르막을 따라 오래된 빌라와 벽돌로 낮은 담을 쌓은 낡은 단독주택들이 빼곡했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북서울꿈의숲을 두고 높게 치솟은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대비를 이뤘다. 이 일대는 한때 서울 최대 규모의 뉴타운으로 추진됐었다. 그러나 아파트로 탈바꿈한 주변과 달리 장위13구역은 재개발 구역 지정이 번복되는 등 사업이 표류하면서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올해 4월 다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해온 주민들의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 2006년 장위뉴타운을 기대하며 이곳으로 왔다는 오희석씨(76)는 "길음뉴타운에 살다가 아파트를 팔고 넘어왔는데 손해만 봤다"며 "창문 누수가 생긴 지도 4~5년이 넘었는데 개발을 할 듯 말 듯 하니 큰돈 들어가는 보수는 엄두도 못 내고 이렇게 산다"고 토로했다.
장위13구역이 20년간 재개발 구역 지정과 해제를 반복하며 표류한 사이 주거·상업 환경은 크게 낙후됐다. 건축물 10곳 중 7곳이 준공 30년을 넘겼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재개발과 도시재생을 오간 정책 변화 속에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비사업을 둘러싼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에게 전가된 것이다.
장위13구역 재개발은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으로 본격화했다. 하지만 사업성에 대한 우려와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사업 추진의 동력을 상실했다. 2014년 토지 등 소유자 동의 50%를 얻지 못해 일몰제가 적용되며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과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2015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전환됐다. 4년간 100억원을 투입해 골목과 공공시설, 주민공동체 등을 정비했지만 노후주택 자체를 대규모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약 10년 만에 또다시 재개발 추진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재개발·도시정비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동네는 빠르게 늙어갔다. 건축물대장 등을 토대로 집계한 민간 정비사업 관련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지은 지 30년 넘은 건축물은 13-1구역 474동 가운데 303동(63.9%), 13-2구역 455동 가운데 340동(74.7%)에 달했다.
장위13구역을 채운 구축 빌라는 벽면이 거칠게 벗겨지거나 도로 경사면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낡은 창문에 테이프를 덕지덕지 바르거나 파손 위험이 있으니 정문을 닫지 말고 두라는 안내문이 붙은 빌라도 여러 곳이었다. 마을버스가 오가는 주요 도로는 약 300m에 걸친 가파른 언덕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심한 구간은 약 12도에 달했다. 21% 수준의 경사도로, 보행 부담이 컸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10여명은 대부분 70세를 훌쩍 넘긴 고령층이었다. 주민들은 오르막에서 땀을 훔치며 가다 서길 반복했다. 지난달 기준 장위13구역이 포함된 장위1동의 평균 연령은 47.9세로, 서울 전체 평균 45.6세보다 2.3세 높다. 이곳에 거주하는 65세 노인 인구는 4992명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 최고 7~13%, 주식 말고 적금 넣으시죠"…결국 ...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이 수차례 바뀔 동안 주거환경 개선의 공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국토해양팀 선임연구원은 "재개발 구역은 최초 지정 단계부터 사업성과 주변 도시계획 등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 개발행위가 제한되면서 주거환경이 낙후될 수밖에 없는 만큼 구역을 해제할 때도 이미 노후화된 지역을 어떻게 관리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