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율주행택시 분야에서 주요 국가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 현재 서울 자율주행택시는 강남 한 곳에서 19대가 밤 10시 이후에만 운행한다. 그것도 안전요원이 타고 있는 유인 택시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택시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 계열 웨이모는 미국 11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약 4000대를 운행한다.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고가 운행하는 로보택시는 1000대를 넘어섰다.
자율주행택시는 산업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완성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관련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자율주행·산업에서 한국과 주요국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한국 완성차 업체가 외국산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해 차량을 출시하고, 탑승자는 자율주행 서비스 이용료를 외국 기술업체에 내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로보택시에 기존 택시 면허와 별도로 면허를 준다. 한국에서는 택시 면허가 총량으로 관리되고, 자율주행택시가 이를 초과해 면허를 받을 수 없다. 택시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 총량 규제는 정부가 자율주행택시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상황을 푸는 방법을 호주가 보여줬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 정부는 2016년 우버 등 승차공유를 합법화한 뒤 2017년 택시 면허 매입 방안을 발표했다. 2019년에 택시 전체, 약 1000대에 대한 면허 매입을 마쳤다. 매입 재원은 이후 택시를 포함한 모든 상업용 차량에 추가 요금 10%를 한시적으로 징수해 회수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로 정부는 내년 예산을 지난해 729조원보다 10% 이상 증액해 800조원 넘게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증액 예산 중 큰 부분을 반도체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우주·항공 등 미래 성장엔진 확충, 청년 성장 단계별 지원, 양극화 대응, 국민 안전 강화에 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할 항목 중 하나가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 택시 면허 매입 기금이다. 서울 개인택시 면허를 모두 매입하려면 약 7조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조성한 기금을 바탕으로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인 뒤, 이후 자율주행 택시 요금에서 일정 부분을 징수해 기금에 상환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상환이 종료되고 기금이 다시 채워지면 금액을 다시 국고로 환수하면 된다.
이해관계 조정은 어려운 과정이고, 큰돈이 들 수 있다. 세수가 넘칠 때가 이해 조정의 적기다. 택시 사업자의 이익을 보전하면서 자율주행의 문을 여는 일을 실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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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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