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적자 사업 털어
연매출 2600억 공백 불가피
자체 브랜드 성장세… 더크렘샵 적자전환
북미 M&A도 과제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close 증권정보 051900 KOSPI 현재가 318,000 전일대비 19,500 등락률 +6.53% 거래량 90,844 전일가 298,500 2026.08.28 15:30 기준 관련기사 K-뷰티 고용도 '세대교체'…양대산맥 인력 줄이고, 신흥강자 두자릿수 확대 LG생활건강, 美에이본 매각…"브랜드 성장 집중" 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 美세포라 424개 오프라인 매장 입점 이 북미 시장의 교두보로 낙점하고 인수한 미국 화장품 회사 에이본(The Avon Company)을 약 84억원에 매각한다. 2019년 1450억원에 인수한 지 7년 만이다. 인수 이후 출자와 대여 등으로 투입·지원한 자금은 5000억원을 웃돌지만 매각가는 최초 인수가의 5.8%에 불과하다. 에이본을 앞세운 북미 진출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가운데 LG생활건강은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북미 사업의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1450억에 인수해 5000억 넘게 투입…84억에 매각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북미 법인 LG H&H USA는 에이본 지분 100%를 스트랫포드 월드와이드에 600만달러(약 84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에이본 캐나다 지분 100%도 1달러에 양도한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다음 달 1일이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4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서버러스로부터 에이본의 전신인 뉴에이본 지분 100%를 1450억원에 인수했다. 130년 역사를 가진 에이본의 현지 판매망을 활용해 북미 화장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듬해 에이본 주식 전량을 LG H&H USA에 현물출자하면서 에이본은 LG생활건강의 손자회사가 됐다.
그러나 에이본은 기대했던 북미 전초기지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핵심 경쟁력이던 직접판매 방식이 온라인과 전문 소매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미국 화장품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에이본 매출의 75.9%가 판매원을 통한 직접판매에서 나왔고 온라인 등 기타 채널 비중은 24.1%에 그쳤다.
인수 이듬해인 2020년 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한 차례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후 다시 적자가 이어졌다. 2021년 55억원의 순손실을 시작으로 2022년 470억원, 2023년 404억원, 2024년 2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01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36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의 자금 지원도 계속됐다. 지난해 5월 LG H&H USA에 유상증자한 자금 가운데 6000만달러(약 861억원)를 에이본에 현금 출자했다. LG생활건강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LG H&H USA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1억3000만달러였다. 이번 매각을 앞두고는 LG H&H USA가 에이본에 빌려준 2억550만달러(약 2863억원)를 자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새로 현금을 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이본이 LG H&H USA에 갚아야 할 대여금을 자본으로 바꾸는 것이다. 최초 인수가 1450억원과 지난해 현금 출자액, 이번에 출자전환하는 대여금을 합하면 에이본 인수와 지원에 들어간 자금은 약 5170억원에 이른다.
반면, LG생활건강이 이번 매각으로 받는 금액은 84억원으로 최초 인수가 1450억원의 5.8%에 그친다. 인수 이후 추가 출자와 자금 지원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단행했던 에이본 M&A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거래를 "과거 인수자산의 가치 훼손을 확인하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가치 훼손 확인"에도 증권가가 매각 반기는 이유
다만, 증권업계는 에이본을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지금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정상화를 시도하려면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데다 적자가 이어질 경우 LG생활건강의 연결 실적에도 계속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M&A를 통해 현지 유통망과 매출 규모를 확대했다면, 이제는 자체 브랜드가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직접 성장하고 수익까지 창출하기 시작했다"며 "에이본 매각 이후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적자 사업이 제거되는 동시에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자체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판매조직을 유지하면서 온라인과 리테일 중심으로 사업을 바꾸려면 사실상 두 개의 유통체계를 동시에 운영해야 한다"며 "LG생활건강 입장에서는 에이본 정상화에 추가 자본을 투입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에 자원을 배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각 이후에는 외형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북미 사업 재편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LS증권은 에이본이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면 LG생활건강의 연간 매출이 약 26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적자 사업이 빠지는 만큼 영업이익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에이본 대신 자체 브랜드…더크렘샵 적자 전환은 숙제
관건은 사라지는 에이본 매출을 자체 브랜드가 얼마나 빠르게 메우느냐다.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다. 올해 2분기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2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해 처음으로 중국 매출을 넘어섰다. 북미 사업에서 자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50%까지 높아졌다. 에이본 판매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북미 사업을 확대할 여건은 인수 당시보다 갖춰졌다는 평가다.
다만 자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현지 유통 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 에이본 인수 당시에는 이미 구축된 직접판매 조직을 활용해 북미 시장에 진입하려 했다. 앞으로는 닥터그루트와 빌리프, CNP 등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과 현지 소매점 입점을 확대해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투자도 필요하다.
남아 있는 북미 M&A 자산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차석용 전 부회장은 코카콜라음료와 더페이스샵, 해태음료 등 약 30건의 M&A를 통해 LG생활건강의 외형을 키웠지만 임기 후반 북미 시장을 겨냥해 단행한 투자에서는 이전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LG생활건강은 에이본에 이어 2021년 미국 헤어케어 업체 보인카 지분 56.04%를 인수했고, 2022년에는 미국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사들였다.
두 회사의 최근 실적도 엇갈렸다. 보인카와 종속기업은 지난해 매출 363억원, 순이익 22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반면 더크렘샵은 매출이 2024년 1240억원에서 지난해 657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276억원의 순이익에서 156억원의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LG생활건강은 이런 실적 악화에도 지난해 더크렘샵 잔여지분 35%를 추가로 인수해 지분율을 100%로 높였다. 잔여지분 인수에 지급한 금액은 6680만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918억원이다. 에이본을 정리하면서도 다른 북미 M&A 자산에는 추가 투자를 단행한 만큼, 향후 더크렘샵의 실적 회복과 보인카의 성장 여부가 LG생활건강 북미 사업의 성과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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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지금 미국에서 성장하는 K뷰티 브랜드 상당수는 대기업이 과거 해외사업에서 활용했던 현지법인이나 M&A보다 아마존과 틱톡, 세포라·얼타 같은 채널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고 유통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LG생활건강도 북미에서 중요한 것은 보유한 브랜드 수나 현지법인의 규모가 아니라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춰 브랜드를 얼마나 빠르게 키워낼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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