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잇단 사망에 경찰 '허위 종결'까지
제주 둘러싼 근거 없는 괴담 무차별 확산
관광업계, '제주 포비아' 전전긍긍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37)가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되고 담당 경찰관의 허위 사건 종결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인 장기밀매 조직 연계설', '경찰관 범행·비호설' 등 근거 없는 괴담까지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면서 제주 관광 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여행객들이 제주공항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객들이 제주공항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허위 종결' 장미란 사건에 번지는 제주 괴담

장씨는 지난 5월12일 저녁 10시15분께 제주시 한림읍의 장기 투숙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주변 CCTV에 모습이 포착됐고, 함께 지내던 연인은 5월15일 저녁 6시43분께 제주서부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경찰은 장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해 한림항 일대를 수색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은 실제로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신고자에게 "장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위치를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신고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내부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도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사망 사유를 허위로 입력한 정황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장씨 가족이 약 두 달 뒤 서울에서 다시 신고하면서 수색이 재개됐고, 경찰은 이후 한림항 일대를 중심으로 장씨의 행방을 추적했다. 결국 장씨는 지난 24일 실종 104일 만에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 확인과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26일에는 장씨가 숙소를 떠난 5월12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 경장은 장씨 사건 외에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 사건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남성은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부 경장은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그가 처리한 다른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추가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온라인상에는 실종 사건의 배경을 두고 추측을 기정사실화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게재되고 있다. "경찰이 중국인 장기매매 조직과 연계돼 있다"라거나 "경찰관이 범행에 직접 개입했다" 등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제주경찰청 게시판에는 "중국인들과 손잡고 사람을 팔아넘기는 것 아니냐", "제주도가 중국 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민원이 쇄도했고, 에펨코리아 등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경찰이 일하기 싫어 가라친 게 아니라 살인에 개입한 것 같다", "중국인 인신매매 조직이 유기하고 경찰이 방어한 것"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담긴 게시글이 조회 수 9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급속히 유포됐다.


유명인 과거 경험담 재조명…논란 기름 부어

유명인의 SNS 게시물과 과거 경험담도 재조명되고 있다. 제주에 7년째 거주 중인 방송인 겸 의사 홍혜걸 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제주는 아름답지만 절대 쉽게 보면 안 된다"며 "대낮이라도 혼자 다니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비판이 일자 홍 씨는 "조심하자는 취지일 뿐 제주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배우 진재영 역시 인스타그램에 "요즘 제주도 뉴스는 산책도 좀 무섭다"는 글을 남겼다가 이후 게시물을 삭제했다.


여행객들이 26일 제주시 한림읍의 장기실종자 장미란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농장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객들이 26일 제주시 한림읍의 장기실종자 장미란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농장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그룹 리미트리스 출신 가수 성현우가 과거 제주 여행 중 겪었다고 밝힌 흉기 위협 경험담도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성씨는 지난 2월 유튜브를 통해 2021년 성산 지역에서 취객에게 흉기 위협을 받아 살해당할 뻔했던 경험을 전하며 "경찰이 제주에선 흔한 일이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관광업계 "괴담 유포 자제" 총력전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주 포비아'가 급속히 확산하자 제주특별자치도와 지역 관광업계는 사태의 파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근거 없는 음모론이 장기화할 경우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찰의 부실 처리가 불신을 자초한 것은 맞지만, 무분별한 루머가 제주 전체에 대한 공포로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경찰 수사당국 역시 괴담 진화에 나섰다. 경찰은 장씨 시신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외부 충격으로 인한 골절 등 특이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현재까지는 범죄 피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 중이다.

AD

경찰이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제주도는 26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일부 언론과 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과대 해석된 내용이 유포되는 것에 대해 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불안감을 조장하는 콘텐츠의 유포를 자제하고 잘못된 내용은 삭제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도는 27일 오전 유관기관 긴급회의를 개최해 '안전 제주'를 위한 종합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경찰의 신속·정확한 수사 발표를 통해 국경·지역 치안 불안감을 정면으로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